울산에는 지관서가라는 북카페가 산, 바다, 학교, 공원 곳곳에 자리해 있다. 잠시 멈춰서 글을 바라보는 공간. 그 의미가 참 좋다. 그리고 조용하게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그 은근함에 매료되곤 한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시원하게 뚫린 차창 너머 항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릿함으로, 울산대공원 지관서가는 울창한 숲길 사이에 아기자기하게 길을 낸 친근함으로, 선암호수 공원 지관서가는 외딴 자리에서 적적하게 호수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등대로,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열띤 과학도들과 지식인들의 열기를 시켜줄 쉼표같은 매력으로 제 각기 발길을 멈춰 세운다.
바쁘게 앞만 보며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잠시 멈춰세우는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제각기의 매력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세우는 지관서가들처럼, 제동을 거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소중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지난 달. 우연하게 그런 사람을 만났다. 10년 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이지만 따로 연락하며 지내지는 않던 사람이었다. 독립성이 강했던 우리 두 사람은 지난 10년 동안 제 삶을 돌보는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외로움을 기꺼이 품으며 씩씩하게 각자의 길들을 걸어왔다.
그렇게 점차 자생력을 갖게 된 두 사람이 지난 달 우연에 우연이 겹쳐진 시간 속에서 만났다. 서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그 순간은 우리만의 지관서가였다.
제 갈 길 가기 바빠 인연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던 우리는 그 지치지 않던 발구름을 멈췄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봤다. 10년이라는 성긴 틈이 찰나의 며칠동안 놀라울 정도로 촘촘하게 얽혔고 서로를 향한 선명하고 투명한 마음으로 우리만의 지관서가를 짓게 되었다.
갈 길을 재촉하던 사람을 멈추게 하는 존재.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는 것. 독립성 강하던 두 사람이 자신의 발길을 멈추고 발 끝을 마주 대는 것. 그렇게 손을 잡고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자고 마음을 모은다는 것. 참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내 발길을 멈추게 한, 지관서가와 같은 인연을 만나게 된 이 삶이 색다르게 내 삶을 사랑스럽게 만들고 있다.
처음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서먹서먹하던 우리는 , 이제 깔깔 웃고 장난치며 울산대공원을 거닐다, 울산대공원 지관서가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