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굴레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나를, 그리고 그런 누군 가를 위해 이 글을 쓴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주변과 나를 비교하고, 제 발로 불행의 굴레에 들어가 스스로의 빛을 잃기도 했다.
세상이 사그라진 그날 밤, 은은하게 빛나던 달이 나에게 빛을 잃지 않는 비결을 알려주었다.
지난 28년 동안의 삶을 돌이켜 봤다. 지금의 나는 1년 전에도, 아니 불과 6개월 전에도 계획되지 않았다. 삶이 흘러갔다는 표현이 차라리 적절하겠다. 흐르는 물처럼 우리가 의도치 않은 다른 길로도 곧 잘 흐르니 말이다. 그렇게 흐르다 낯선 길에 들어서면 자신의 속도와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방황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주변을 살피며 속도와 방향을 찾으려 한다. 그때만큼 주변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가고 싶은 유혹이 강할 때가 있을까?
☘️ 새옹지마
난 아직 삶의 흘러가는 특성에 익숙하지 않다. 예상하지 못한 것들은, 그리고 예상이 안 되는 것들은 아직도 나에게 겁과 고통을 준다. 하지만, 삶의 흐르는 특성을 피할 수 있는가. 야속하게도 내 28년은 이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삶의 흐르는 성질을 깨닫고 나서는 재밌는 오기가 생겼다. 새옹지마. 흘러가는 삶이 가져다주는 불안감에 저항하기 위한 나의 첫 몸부림이었다.
친한 동생과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를 여행한 적이 있다. 동생은 야간열차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다. 돈이 꽤 부담되었지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해 그 낭만을 함께 이뤄보기로 했다. 수학여행을 가는 것처럼 들뜬 마음으로 늦은 밤 기차에 올랐다. 기차 안에 놓인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식사를 한 후부터 일이 틀어졌다. 기차가 중간 역인 칼라일에서 멈춘 채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기차 문이 고장이 나서 잠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은 후, 우리는 칼라일 역에서 두 시간가량을 멈춰 있었다. 에든버러 도착 시간에 맞춰 위스키 투어를 예약해 둔 터라, 우리는 애간장이 탔다. 결국 우리를 포함한 모든 승객이 기차에서 내려야 했고, 칼라일에서 에든버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에너지를 많이 쓴 탓에,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창문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르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덥수룩한 털이 눈까지 내려와 버린 귀여운 스코틀랜드 소, 일명 하일랜드 카우들이 그 초원 위를 거닐고 있었다. 그림 같은 풍경에 목소리를 잃은 채 탄성을 질렀다. 얼마 후 우리가 끝내 타고 가지 못했던 그 기차가 옆을 쌩하고 지나갔다. 내가 저 빠른 기차를 탔으면 이 멋진 그림을 놓쳤겠구나…….
홀로 체코 프라하를 여행할 때였다. 여행 내내 비가 계속 내렸고 날도 제법 추웠다. 여행할 때 대중교통보다는 걸어 다니면서 거리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이 날도 7-8시간 정도를 걸어 다녔다. 밤이 되니 더 추워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잰걸음을 쳐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웬 것을... 휴대폰이 없었다. 어디 갔지...? 횡단보도 앞에서 지도를 확인한 후, 주머니에 폰을 대충 찔러 넣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다행히 손전등이 있었던 지라, 그 빛에 의지해 어두운 밤거리에서 잃어버린 폰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폰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 맞아 위치추적!' 한줄기 희망을 품고,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클라우드에 들어가 보니, 등록한 폰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이 있었다. 다행히 위치를 알 수 있었고, 그 일대의 식당과 거리를 샅샅이 뒤졌다. 한 식당의 아르바이트생 분께서 유독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내가 다른 식당들이나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 분은 내 폰에 전화를 계속 걸어 주셨다. 운 좋게 해당 식당의 손님 분께서 내 폰을 가지고 계셨다. 길거리에서 주웠는데 주인을 몰라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폰을 잃어버린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하지만 그 경험이 체코 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됐다. 특히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고 도와주던 좋은 사람들로 채워진 행복한 여행이 됐다.
기대했던 일들이 엎어져서 좌절하고 있을 때, 오히려 새로운 경험과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이래서 새옹지마라는 말은 내가 자주 찾는 말이 됐다. 하지만 새옹지마를 되새긴다 해도, 조금만 방심하면 나는 불안해졌고 불행의 굴레를 돌고 있었다.
☘️ 달이 나에게 알려준 삶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원을 늦은 밤 홀로 걸은 적이 있다. 나와 은은하게 빛나는 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의 나는 공원 속 정취들에 더없이 행복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그러다 문득 은은하게 빛나고 있던 달이 내 얼굴에 담겼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너는 내 마음을 듣고 있었구나.......' 모든 생명의 빛들이 져버린 어두운 세상에서, 홀로 제 중심을 유지하며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달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존재가 아니다. 태양 빛을 반사해서 빛을 낸다. 묵묵히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있었기에 바라던 빛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나는 마음속 깊이 되새겼다. ‘저 달처럼 나도 내 삶의 무게 중심이 되어야겠다. 이전처럼, 나에게 슬픔이 지나가는 때도 행복이 지나가는 때도 있겠지. 어떤 상황에 놓이든 나의 중심을, 그리고 나의 빛을 잃지 말자. 결국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을 테니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며 중심을 잃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현재가 돼버린 미래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시의 감정들이 하나의 변수가 되곤 했다. ‘그때 힘들었지만, 좀 더 다부진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해볼걸.’ 좋은 결과를 얻으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서 되려 무안해지기도 했다. 이제 지난날들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름대로 그 순간들을 씩씩하게 견뎌냈고 일어섰다. 그리고 지금까지 왔다. 잘 해왔다." 지난날들에는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혼자 있다고 느끼면 쉽게 무너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를 더 성숙하게 맞이하고 싶다. 나를 지킬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결국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불안한 순간들이 오면 '적어도'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진 않겠다. 나만의 중심 잡는 법으로, 무게 중심을 내면에 두기 위한 근육을 키워야 겠다.
1. 무게중심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을 알아채자
2. 숨을 고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자
3. 내가 느끼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쏟아내자
4.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자
5. 감정과 그 원인들을 일기에 다 묻어 버리자
6.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를 다섯 번 쓰고, 다섯 번 말하자
7. 내가 원하는 삶(또는 목표)을 되새기자
8. 원하는 삶(또는 목표)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단계별로 적어보자 (큰 것에서 사소한 것 순으로)
9. 오늘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적자.
10.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를 외치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11. 불행의 감정이 또 올라오면 내면에 있는 무게중심을 생각하며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다시 되새기자
주변 사람 모두가 시속 70 km로 달리는 거 같은데, 지금 나의 속도가 시속 30 km라고? 그럴 수 있다. 나와 사람들은 각자 향하는 방향이 다르다. 어느 순간에는 달리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걷는 법이다. 무게 중심이 외부가 아닌 나에게 있는 한, 나의 속도와 방향은 틀린 게 아니다. 나 자신의 속도와 방향 감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자. 지금의 충실한 하루들이 쌓여서 꿈꾸던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