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쓰긴 쓰는데, 작년이랑 성과가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이 건넨 말입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한 뒤에 나온 말이라 더 씁쓸했습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MS·링크드인의 '2024 업무동향 지표'에 따르면 전 세계 지식노동자의 75%가 AI를 씁니다. 그러나 기업 리더의 60%는 "조직에 AI 실행 계획과 비전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버드·BCG 공동 연구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AI를 잘 활용한 그룹의 성과는 40% 향상됐지만, AI를 맹신한 그룹의 정답률은 오히려 19% 떨어졌습니다.
도구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구를 쓰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생성형 AI 도입이 개인 생산성은 올리지만 조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 저는 이것을 'AI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다음 질문에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누가 집니까. AI 활용으로 생긴 여유 시간은 어디에 씁니까. 기존 KPI는 AI 활용 업무를 반영하고 있습니까. 우리 조직은 왜 AI를 씁니까.
대부분의 조직이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합니다. 기술은 들어왔지만, 의사결정 구조·협업 방식·성과 기준·전략적 목적은 재정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네 가지 영역의 재설계를 제안합니다.
첫 번째는 Human-Centered Work, 사람 중심 일하는 방식입니다. AI가 편해질수록 인간의 사고는 얕아집니다. 국내 한 기업은 완성도 높아 보이는 AI 기반 수요예측 보고서의 데이터 근거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신뢰성을 확인하지 못해 보고서 전체를 폐기했습니다. JP모건 체이스는 AI 결과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반드시 담당 직원에게 있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습니다. 단순 처리는 AI에게,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라는 역할 분리입니다.
두 번째는 One-Team Architecture, 팀 단위 성과 정렬입니다. 직원의 78%가 회사 승인 없이 개인 AI를 업무에 가져와 씁니다. 개인은 빨라졌지만 조직의 데이터 흐름은 끊깁니다. 개인 생산성을 팀 성과로 연결하는 협업 구조와 AI 프롬프트 공유 라이브러리 같은 체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Performance Redesign, 성과 기준 재설계입니다. AI가 단순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직원에게 남은 일은 더 복잡한 판단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성과 기준은 여전히 과거 그대로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세미나에서 AI 도입 후 업무 강도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투입 시간'이 아닌 '창출 가치'로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네 번째는 Existential & Value Alignment, 가치관 정렬입니다. AI는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에 탁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무엇을 지키면서 성과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은 AI가 답하지 않습니다. 성과 지표는 오르지만 구성원이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는 조직, 그것이 조직문화가 망가진 조직입니다.
H.O.P.E의 네 요소는 순서가 있습니다. 사람 중심 구조가 먼저 서야 팀 협업을 설계할 수 있고, 협업 구조가 갖춰져야 성과 기준을 바꿀 수 있으며, 그 모든 것이 조직의 가치관과 정렬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과가 만들어집니다.
생성형 AI 시대,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AI를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AI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했는가'입니다.
AI 시대, 사람이 중심이 되어 성과를 만드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정진호(조직문화전문가/더밸류즈 소장/경기대학교 AI컴퓨터공학부 교수)
#AI패러독스 #AI조직문화 #AI리더십 #AI일하는방식 #AI리더러시 #조직문화 #기업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