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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혁 Feb 29. 2016

비 온 뒤 떠오르는 무지개처럼  레인보우 'WHOO'

이제는 뜨자 레인보우!!!

 EXID는 차트를 역주행한 '위아래'로 무려 1058일만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에 올랐다. '여자대통령'으로 이들보다 조금 긴 1094일만에 1위에 오른 걸스데이는 현재 1위 달성 최장시간 기록을 보유 중이다. 누구보다도 의미 있는 1위를 기록한 이들은 그간의 고생을 떠올리며 무대 위에서 값진 눈물을 흘렸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3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이들의 눈물은 팬들의 마음에 더욱 짙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무대 위에서 눈물조차 흘리지 못 해본 걸그룹들이 있다. 1위를 한다면 지금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워버릴 아직 뜨지 못한 장수 아이돌, 절묘한 그 이름 '레인보우'다. 인지도도 높고 노래 역시 나쁘지 않은데 왜 그들은 빛을 보지 못하는 비운의 무지개가 된걸까. 비는 와도 한참 전에 왔다. 이제는 정말 떠올라야 레인보우겠다.


 

 봐도 봐도 대박이 안 나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 케이스다. 실력도 있고 인지도도 있고 곡도 나쁘지 않다. 심지어 이제는 잘 됐으면 하는 모두의 염원까지 모였다. 하지만 이들의 근황을 들을 때마다 누구는 공방을 차리고 누구는 리포터에 부업으로 블로그까지 운영한단다. 1년에 한 두번은 나와도 모자랄 앨범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기다리던 팬들 다른 요정들로 갈아탈 지경이다. 물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다. 재경이 공방을 하고 지숙이가 블로그를 하는 건 현업 가수로서 자신의 삶을 즐기는 멋진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데뷔 7년차 그룹의 여유이자 관록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는 일 안 하는 레인보우를 탓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일 안 주는 기획사 DSP가 문제다. 카라도 떠난 마당에 이제는 밀어주자, 레인보우.


 사실 레인보우가 나름대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역시나 'A'다. 당시 안무였던 배꼽춤이 심의에 걸리면서 화제가 된 곡으로 당시에 묘한 중독성과 섹시 컨셉으로 남성팬들을 꽤나 양성한 전력이 있다. 이후 등장한 'mach'나 'to me'역시 어느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이제는 대세 걸그룹으로 완전히 자리 잡나 싶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몰락 없이 갑작스런 하향세를 보이던 이들은 어느새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중고 아이돌이 되었다. 자세히 보면 레인보우는 섹시와 발랄 컨셉을 모두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그룹 중 하나인데 상대적으로 블랙에 섹시를 입었을 때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에이'와 '마하'도 그랬고 얼마 전 '차차' 역시 블랙에 속한다. 그렇게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야심차게 준비한, 무려 1년 8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블랙 스완'은 나름의 성과를 거둔 레인보우 블랙의 힘을 얻어 대박을 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블랙 스완'은 꽤나 괜찮은 컨셉이었음에도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들으며 2주만에 활동을 접게 된다. 긴 시간을 기다렸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무려 1년이 더 걸렸다. 그렇게 2월 15일, 레인보우의 네 번째 미니앨범 'PRISM'이 첫 선을 보였다. 팀보다 멤버가 유명하다는 오명을 벗어나고자 이번에는 팀 이름 '레인보우'를 전면 앞세운 초심의 모습이다. 심지어 '레인보우 아~'로 노래가 시작되기까지 하니 말이다. 약간의 호불호가 있긴해도 곡을 들어본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개성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독성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아직' 1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공개 당시 음원 차트 상위권에도 오르고 그녀들을 응원하는 세력들도 많아졌기에 훗날 1위를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레인보우가 여지껏 '뜨지' 못한 건 사실 기획사인 DSP의 잘못이 크다. 기획사의 대표 아이돌 격인 카라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뒤 일본 시장에 진출해 소위 대박을 냈다. 일본 아이돌이라는 오명을 받을 정도로 카라의 일본 진출은 성공적(?)이었고 기획사의 입장에서 '레인보우'보다 '카라'를 앞세워 가는 게 어쩌면 당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DSP는 레인보우에 소홀했다. '에이'나 '마하'가 신인 그룹으로서 나름의 반응을 거뒀음에도 DSP는 대박이 난 카라의 '미스터'와 '루팡'에 이은 '점핑'에 집중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DSP는 그 이후에도 카라에 거의 올인을 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고 레인보우의 공백기는 커져만 갔다. 정말 큰 일 없이 매번 1년 6개월이 넘는 공백기를 갖는 그룹은 많지 않다. 이들은 그래서 2010년에 데뷔한 선배격 걸그룹이지만 앨범 수는 후배들보다 현저히 부족하다.


 아이돌의 세계에서 음악성과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건 대중들이 알아야 성공한다. 그렇기에 기획사의 홍보와 마케팅이 가수의 성공에 있어서 굉장히 큰 몫을 차지한다. 좋은 곡, 좋은 무대를 선보이더라도 미디어에 노출이 되지 않는다면 대중들이 열광해줄 길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이나 SNS를 통한 그룹 알리기 마케팅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은 방송 이외에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심지어 V앱과 같은 아이돌 리얼 티비까지 핸드폰 하나로 접할 수 있으니 그 방법이 무궁무진해진 상황이다. 그래서 요즘 나온 아이돌은 가장 두터운 팬덤이 되어줄 10대 층을 공략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레인보우가 데뷔하던 '그 때'만해도 가장 큰 홍보 수단은 바로 방송이었다. 90년대 이후 신비주의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최대한 방송에 나와 멤버들 각자의 매력을 보여줘야만 대중들의 눈에 들 수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전략이라 하면 특정 멤버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면서 무대 위와는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한테 다가가는 방법이 있겠다. 방송에 출연한 멤버는 소속 그룹에 대한 언급을 더하면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외의 모습을 어필한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어느 그룹 누구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는 그룹 이름을 알리고 심지어 다른 멤버들의 팬덤까지 만들어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걸스데이의 민아를 그 사례로 언급할 수 있겠다. 정말 걸스데이를 살린 건 방송에 나와 매번 '걸스데이'를 알리던 민아의 노력 덕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레인보우는 굉장히 성공적인 미디어 마케팅 사례로까지 들 수 있다. 리더인 재경을 비롯해 우리, 지숙까지 7명 멤버 중 방송으로 눈도장을 찍은 멤버가 무려 셋이나 된다. 각자 수많은 예능과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면서 각자를 알리고 나아가 레인보우라는 팀 이름도 충실히 알렸다. 레인보우가 못 떴다고는 하지만 그 이름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레인보우는 조금 다른 의미로 마케팅에 실패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음악 활동을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보통의 경우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인지도는 높지만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아서, 결국 기획사가 가수 본연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아쉬운 행보를 보인 것이다.


 '레인보우'는 열심히 본인들을 알렸지만 음악으로 이어지는 관심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대중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 각자의 매력도 있지만 결국 가수로서 보여주는 음악과 퍼포먼스 때문이다. 웃긴 얘기지만 엑소가 가수가 아닌, 전에 없을 샤방한 리포터 그룹으로 나왔다면 지금과 같은 팬들을 쌓을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엑소를 좋아하고 '으르렁'과 '콜 미 베이비'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레인보우'는 어떨까? 지나치게 긴 공백기를 가지던 '레인보우'는 팀보다 개인으로 인식된다. 아이돌 멤버의 방송 출연은 앞서 말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그룹을 알리려는 목표가 크다. 하지만 음악 활동을 오래 쉬던 이들의 방송 활동은 오히려 가수로서 해야할 본업과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재경은 방송인, 우리는 배우와 예능인, 지숙은 리포터로 유명하지만 가수 '레인보우'로 직결되는 대중들의 기대심리를 자극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팀을 이어가기 위해 음반을 낸다는 안타까운 말을 듣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이 가수로서 실력이 없어서 그렇다면 말을 않겠다. 유능한 인재들을 썩히는 것도 재능이라면 DSP는 굉장히 뛰어난 회사다. 보통의 걸그룹이 한 명의 메인보컬을 중심으로 한다면 '레인보우'는 굉장히 다수의 보컬 라인을 지닌 그룹이라 할 수 있다. 메인 보컬인 조현영과 김지숙, 서브보컬 오승아, 김재경까지 노래 실력으로 따지자면 탄탄해서, 어떤 곡이든 네 명의 멤버가 고루 중심을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억 속에 레인보우는 전혀 실력파 그룹이 아니다. 일단 그들의 활동 곡만 해도 그렇다. 메인 보컬을 위한 고음 파트나 애드립 파트를 넣는 다른 걸그룹과는 다르게 레인보우는 훌륭한 보컬들을 오히려 곡의 도입으로 포지셔닝한다. 심지어 가창력을 뽐낼 포인트도 없어서 그들의 음반 만으로는 도통 실력을 확인할 길이 없으니 이쯤되면 회사가 안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서 빨리 다들 복면가왕 출연이 시급하다. 지숙이 부르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듣고 많이 놀랐다. 왜 지금 리포터를 하는 지 말이다.




 정말 아쉬움이 많았나 보다, 나도. 쓰다보니 누가 읽을까 싶을 정도로 구구절절한 글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레인보우'의 성공을 꼭 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다들 '레인보우'인 걸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이제는 함께 해서 더욱 값진 행복을 음악을 통해 만끽했으면 좋겠다. 다른 그룹의 팬들이 레인보우의 곡을 꼭 들어달라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처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레인보우를 응원하고 있으니 부디 훌륭한 마케팅으로 다음 앨범 1위를 해내기를 바란다. 카라도 잃은 마당에 DSP 입장에선 신인 걸그룹 '에이프릴'을 더욱 밀어주려 하겠지만 부디 '레인보우'에게 소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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