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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샘 지연 Aug 18. 2024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8)-칭찬만큼 훌륭한 보상은 없지

독서지도사로 만나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

는 울 엄마랑 닮은 듯 아주 다르다.

엄마는 귀한 3대 독자를 첫째로 낳았는데도,

오빠를 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들이 하나 더 필요했단다.

나를 비롯해 줄줄이 딸, 딸을 낳았지만 말이다.


나는 아들 둘인 '들들맘'이다.

엄마는 나와 바꿨어야 했다고 한다.

나랑 엄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까?

뭐, 어쩌겠나?!

엄마는 딸이 많아 좋고, 나는 남자들 속에서 좋다!


<딸은 없습니다만> 이야기와 함께,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 이야기를 연재한다.


"3시간도 넘게 걸려 다 읽었어요."

수업 시작하자마자 불만을 늘어놓는 아이 5학년 Y. 책이 점점 두꺼워져서 책을 다 읽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우와, 대단한대! 정말 꼼꼼히 읽었구나. 선생님도 한번에 다 못 읽을 때도 있거든. 나도 이 책 읽으려면 한참 걸려. 나눠서라도 끝까지 다 읽는 너, 훌륭하다!"

엄지 척! 해줬더니, 순간 당황하는 Y. 불평을 했더니 칭찬을 받았으니, '이건 뭐지' 싶었던 거다. 

"다 못 읽어와서 핑계만 대는 친구들도 많은데, 우리 Y는 늘 책도 잘 읽고 숙제도 잘 하는 멋진 소년이야!"

라고 한번 더 칭찬을 했더니, 쑥스러운 듯 다른 곳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싫지는 않은 듯하다. 아니 내심 뿌듯했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만 춤 추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 Y도 마음껏 신나게 춤을 췄으면 좋겠구나!


1학년 초반부터 나와 함께했으니, Y를 알게 된 지 4년이 넘었다. 처음부터 Y는 늘 웃는 상이었다. 인상을 쓴 걸 본 적이 없다. 숙제가 많다고 투덜댈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숙제를 안 해온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참 성실한 아이다. 보조 교재로 교과 문제집이나 국어 독해력 문제집을 숙제로 내 주는데, 그것도 역시 내 주는 만큼 다 해온다. 기특한 아이! 


한번은, 국어 문학 문제집을 오답이 없이 잘 풀어와서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안 틀리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Y는 그냥 풀고 엄마가 채점을 해주시는데 답이 맞더라고 한다. 남자아이가 이렇게나 문학을 잘 이해한단 말인가? 순간 아이가 정답지를 본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Y는 가끔 틀리기도 한다고 하면서 내가 의심을 하니 억울한지 틀린 문제를 보여주었다. 사실 어머님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는데, 국어 문제집에 오답이 거의 없어서 어머님께서도 답지를 본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했다는 것이었다. 잘 해도 이렇게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아이를 의심하고 자꾸만 시험하는구나. 부끄럽다!

동아출판사 빠작 초등 국어 문학 독해 5단계- 이청준 작가의 <연>  문제

이청준 작가의 <연>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단편소설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발단-전개-절정-결말이 다 담겨 있는 작품이다. 집이 가난해서 아들을 상급 학교에 보내지 못한 어머니의 마음과 꿈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연날리기만 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늘에 떠 있는 연을 보며 아들의 존재를 확인하던 어머니는 어느 날 높이 떠올라 날아가버린 연을 보며 불안해 하고, 아들이 도회지로 떠난 것을 알면서도 붙잡지 못하고 몸 성히 지내기만을 기도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말이다. 이 작품과 관련한 독해 문제를 풀었는데, 한 문제가 틀렸다고 보여줬었다. 소설을 읽고 Y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작가의 의도(주제)를 잘 파악했으니까, 문제를 많이 안 틀렸겠지... 열심히 하는 아이를 믿고 칭찬만 듬뿍 해줘도 모자랄 텐데, 의심을 하다니 말이다.


저학년 때는 통통하니 귀여웠던 Y가 요즘에 살이 자꾸만 빠지는 게 여실히 보인다. 

"왜 이렇게 살이 쪽 빠졌어. 설마 다이어트 하는 건 아니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Y는 입맛이 없고 속이 울렁거린다고 했다. 아니, 열두 살에 입맛이 없을 수가 있는 건가? 옛사람 말로 쇠도 씹어 먹을 나이인데 말이다. 볼 때마다 살이 빠져 보여서 신경이 쓰였는데, 5개월 만에 8킬로그램이 빠졌다고 한다. 아니, 그건 내가 해야할 다이어트인데 왜 너에게 그런 일이... 얼굴빛이 좋지 않아 물어보니,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얼마 전에 병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별일이 없기를 바란다! 


Y야, 얼른 입맛이 돌아와서 예전처럼 통통하고 밝은 너의 모습으로 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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