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사로 만나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
식물을 사랑한다는 J. 처음 만난 날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바로 '농부'가 되겠다고 했다. 그것도 부자 농부가 말이다. 어떤 식물을 키울 거냐고 물었더니 되는 건 다 키운단다. 그저 식물이라고 하면 다 좋단다. 집에서 텃밭을 가꾸는 것도 아니고,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도 꿈은 확고하다. 한참이 지나고 물어봐도 여전히 J의 꿈은 부농이다. 스마트팜도 운영할 것이고, 농약은 뿌리지 않고 유기농으로 식물들을 키울 거라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은 듯한데, 목표는 확실하니 뭐. 좋다! 채소를 먹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는 게 살짝 의아하다. 어쩌지? 그 지역 농부 중에서 네가 가장 멋질 거라는 건 확신한단다. 아무튼, 나는 J의 꿈을 응원한다!
그 옆에서 준호의 꿈을 들은 절친 M은 J와 함께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J가 믿음직스러웠는지,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친구끼리 사업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단다. 가까운 사람끼리 돈 거래를 하면 위험해."라고 말해 주고 싶었는데, 참았다. 내가 뭘 안다고, 그런 걸 이야기 해 주나. 아이들이 알아서 잘 헤쳐나갈 세상, 함부로 끼어들지 말자. 그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자.
J는 3학년 치고 키가 아주 크고 훤칠하니 잘 생긴 남자아이다. 나중에는 키도 크고 아주 매력적인 남성이 될 것이다. 어린 아이가 매너가 어찌나 좋은지... 남자 아이답게 수업 중에 장난을 많이 치고 떠든다. 그러다가도 내가 쳐다 보면서 혼을 내면 바로 "죄송합니다!"라고 자세를 바로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본다. 숙제를 안 해 올 때 뭐라고 한 마디를 하면 바로 "다음에 꼭 해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히 말하면서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뜬다. 그러면 나는 바로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괜찮아, 숙제 못 할 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아. 좀 떠들면 어떠니!'라고 막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참는다. 팀 수업을 하는데 편애를 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다른 아이들이 서운해 하면 어쩌려고!
열 살 남자아이에 걸맞게 물총 놀이를 좋아하고, 아이들과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J야, 마음껏 뛰어놀거라. 틈틈이 책도 읽는 건 잊지 말고! 숙제는 웬만하면 하는 걸로 하자^^
12시에 자도, 편식을 해도 키가 쑥쑥 큰다는 J. 부럽구나! 그런 유전자를 나도 좀 가져봤으면 좋았겠다라고 잠시 생각해 봤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부러워하는 건 이제 그만 하자꾸나.
3학년인 너와 4학년, 5학년 그리고 매일, 매년 커가는 J의 모습을 계속 곁에서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