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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샘 지연 Aug 17. 2024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7)-고양이 소년

독서지도사로 만나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

는 울 엄마랑 닮은 듯 아주 다르다.

엄마는 귀한 3대 독자를 첫째로 낳았는데도,

오빠를 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들이 하나 더 필요했단다.

나를 비롯해 줄줄이 딸, 딸을 낳았지만 말이다.


나는 아들 둘인 '들들맘'이다.

엄마는 나와 바꿨어야 했다고 한다.

나랑 엄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까?

뭐, 어쩌겠나?!

엄마는 딸이 많아 좋고, 나는 남자들 속에서 좋다!


<딸은 없습니다만> 이야기와 함께,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1년 3학년 초반부터 수업을 시작했으니 3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6학년 아이 S. 코로나19 시기에 코로나 환자가 나와서 수업이 들쑥날쑥했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해 주어 고맙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책(정확히는 책더미)을 보여줬던 게 생각난다. 제목은 <치즈와 요정>이다. 여동생과 함께 쓴 그림책. 얼마 전에 다시 보여달라고 했더니 잃어버렸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소중히 여겨야지, 나중에 출판을 할 수도 있는데 잘 찾아보라고 전했다. 처음 쓴 글은 보물인데, 안타까웠다. 


S는 책을 정말 잘 읽는다. 빨리도 읽는다. 두꺼운 책을 어찌나 빨리 읽는지, 나보다 더 다양한 책을 읽었을 것이다. 책을 빨리 읽는 S가 가끔은 부럽다. 수업하는 책도 빨리 읽어서 내용 파악 숙제에서는 정답률이 떨어질 때가 있고, 어휘 파악할 때는 꼼꼼히 챙겨야 할 때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책 자체를 즐기는 건 아주 훌륭하니, 잔소리는 조금만 하기로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S에게 단연 으뜸은 <고양이>라고 한다. 왜냐? 책도 책인데,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용돈을 모아서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들을 줄 간식을 사서 늘 가지고 다닌다. 볼펜과 샤프 등 필기구도 고양이가 달린 것을 주로 산다. 

S가 늘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고양이 간식. S는 필수품이라고 한다. 


"1000에 40이 뭔지 아세요?"

하루는 S가 나에게 물었다. 

"그게 뭐야?"
"부산 원룸 월세래요. 제가 찾아봤어요."

"엥?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아이가 갑자기 왜 부산 월세를 알아본 거지? 

"아, 부산에 길고양이가 많다고 해서요. 부산 가서 혼자 살까 하고요."

"초등학생이 어떻게 혼자 살아? 엄마 아빠랑 같이 서울에서 잘 살고 있는데, 왜 하필 부산이야?
"지금 말고요. 스무 살 되면 부산에 가서 혼자 살려고요. 길고양이 키우면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지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S. 이걸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지... 그렇다고 심각하게 생각해서 아이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고양이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상상하고 계획을 세우는 거야 뭐 괜찮지 않을까? 귀여운데 뭘! 고양이에 대한 마음이 신기하고 고양이와  함께하려는 계획이 재미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부산에 정말 길고양이가 많은지 말이다.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도대체 찾을 수 없는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은 거지? S가 그렇다고 하니까 믿고 싶다. 그리고 부산까지 가지 말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며 엄마와 아빠와 동생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하도 많이 이야기하니까 S의 엄마와 아빠가 고양이 키우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1000에 40'을 알아보는 정성으로 S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매달 40만 원씩 월세로 내기 쉽지 않다고 얘기해 주니까, 여동생한테 달라고 하면 된다고 했던 이야기 때문이다. S는 자주 동생이 자신을 먹여 살려준다고 약속했다고, 자신은 일을 안 하고 백수로 산다고 한다. 동생은 수의사가 되어 병원을 열면 그 병원에서 동생을 도우면서 함께 살기로 했다고. 동생이 용돈(일종의 월급)을 준다고 했다고도 한다. 흠... 이 이야기는 나에게만 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부모님도 아실 거다. 함께 수업하는 S의 절친인 J도 나처럼 곧이듣지는 않으니, 이건 지금 순수한 소년이 하는 재미난 이야기로 잘 들어주면 될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긴 했다. 나는 동생이 둘이나 있는데, 나를 먹여 살려주려는 동생은 없다고 말이다^^


S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도 늘어놓는다. 


성격이 급한 S는 수업 중간중간에 손이나 팔을 꼭 잡아 주면 안정이 된다. 고학년이 되면서 가끔 거친 말을 하지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참 좋은 마음을 가진 너는 그런 말을 쓰면 안 어울려."라고 말해주면 바로 좋은 말을 려고 한다. 순수하고 마음씨가 고운 아이다. 그 마음씨를 잃지 않고 그렇게 곱게 컸으면 좋겠다. 

 

 S야, 그 소중한 순간을 나에게 내어 주어서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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