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화샘 지연 Aug 21. 2024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10)-얼굴도 마음도 동글동글

독서지도사로 만나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

는 울 엄마랑 닮은 듯 아주 다르다.

엄마는 귀한 3대 독자를 첫째로 낳았는데도,

오빠를 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들이 하나 더 필요했단다.

나를 비롯해 줄줄이 딸, 딸을 낳았지만 말이다.


나는 아들 둘인 '들들맘'이다.

엄마는 나와 바꿨어야 했다고 한다.

나랑 엄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까?

뭐, 어쩌겠나?!

엄마는 딸이 많아 좋고, 나는 남자들 속에서 좋다!


<딸은 없습니다만> 이야기와 함께,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 이야기를 연재한다.



2학년 동글동글 귀요미 S. 얼굴이 딱 보름달처럼 땡그라니 귀엽게 생겼다. 어린 나이에도 수업 시간에 집중을 어찌나 잘하는지... 기특하다. 1학년 때부터 유치원 동창 절친과 같이 와서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필을 꾹꾹 눌러쓰고 글씨도 어찌나 또박또박 쓰는지... 쓰다가 팔 아플까 봐, 금방 질릴까 봐 "그렇게까지 정성껏 쓰지 않아도 돼. 좀 못 쓰면 어때!"라고 말해 주고 싶을 정도다.


S는 아직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 짧은 문장을 쓰다가도 받침이 뭔지, 어떻게 쓰는 건지 자주 물어본다. 모르고 잘 못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많이 물어봐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모르는 걸 당당히 물어보는 게 훨씬 멋진 거라고도 전했다. 동화책을 읽고 내용 파악 관련 문제를 10개 푸는 숙제가 있는데, 여기서도 오답이 있을 때도 꽤 있다. 한글 맞춤법이나 국어 문제에서 틀려도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지금은 한창 배울 나이니까 한껏 틀려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이다. 꾸준히, 성실히 하다 보면 고학년 되면 엄청 좋아질 테니까 말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저 어여쁠 따름이다. 


저학년은 책을 크게 읽는 낭독을 함께 하는데, S는 책을 읽을 때 글자를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는다. 그러다 보면 책 읽는 속도가 붙지 않아 답답할 텐데도, 천천히 자신의 속도대로 책을 읽어 나간다. 그래, 그렇게 자신에게 맞게 꾸준히만 해 다오!


함께하는 친구는 S와 엄청 다른 친구다. 그 친구는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아이다. 혹시나 그 친구 때문에 S가 힘들어하거나 영향을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따로 수업을 할까 물어봤다. S는 혼자 하는 건 절대로 싫다고, 이 친구랑 같이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내 딴에는, S나 그 친구나 각자의 성향에 맞게 혼자 수업하거나 비슷한 친구들이랑 팀을 다시 짜서 수업을 할까 고민을 하던 차였다. S는 자신과 달리 말이 많고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그 친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였다. 내 생각이 짧았다. 두 친구가 정말 너무 다르다고 생각해서, S는 S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을 팀으로 묵으려고 하다니...


또 착각을 했나 보다. S 어머님이 S가 우리 수업을 주 2회로 하고 싶어 한다고, 수업을 정말 재미있어한다고 했었다. 난 그 이유로 '내가 수업을 재미있게 했던가, 뿌듯한데'!라고 생각하며 오만했었다. S는 그 친구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행복한 거였다. 


자신과 다른 아이를 그대로 좋아하는 아이, 멋진 S. 

그 고운 마음을 잘 간직해서 그대로 좋은 어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전 19화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9)-농부가 꿈인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