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사로 만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나와 이름이 한 자가 다른 아이 H. 나처럼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인상이 좋다. 초반 두 번 정도는 낯을 가려서 눈을 안 맞춰 주었다. 곧 본색이 드러났지만 말이다. 문장을 크게 읽으라고 하면 속독을 잘 한다며 마구 빨리 대충 읽어버린다. 그래봐야 나보다 빠르지 않다고 하면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며 자기가 엄청 더 빠르다며 자랑한다.어휘 활용 숙제는 꽉 채워서 잘 해 온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을 써 올 때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잘 하지 않았냐고 우긴다. 독후활동 글쓰기를 하자고 하면, "귀찮은데...", "졸린데..."라는 말을 어찌나 자주 하는지. 그래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할 건 다 한다. 다행이다^^
나랑 하는 수업이 별로인가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승의 날이라고 선물을 줬다. 아, 스승의 날은 참 부담스럽다. 스승이 아니고 그저 독서샘인데, 학생이나 부모님들께 부담을 줄 수 있겠다. H 어머님께 감사하다는 톡을 드렸는데,H가 먼저 선물을 부탁해서 준비하셨다고 한다.
'아이쿠야! 고마워라!'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좀 친해진 걸까?
H는 나에게 책을 추천하는 아이다.
손원평 작가의 동화 <위풍당당 여우꼬리>를 1권부터 5권까지 다 읽었다고 재미있다고 나에게 추천을 해주었다.책이 정말 예쁘다. 요즘 책은 정말 잘 만든다. 6권이 나오면 선물해 주려고 했는데 아직 나오질 않았다.
"쌤,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이란 책 알아요? 엄마가 선물 받은 책인데요.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쌤도 읽어 봐요."
H는 만날 때마다 책을 추천한다.
도서관에서 하는 책 읽기 챌린지도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H를 생각해서라도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