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사로 만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1학년 때부터 함께했으니 D와 만난 지 5년이 넘었다.
D는 스승님이 많은 아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던 저학년 때는 다 빈치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를 스승님으로 모셨다. 위인전을 한창 읽을 때는 소크라테스, 이황, 이이를. 아, 이순신 장군도 있다. 피아노를 열심히 칠 때는 하이든이 스승님이고, 하이든은 여전히 좋다고 한다. 허나,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 베토벤은 스승으로 모실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렇게 어려운 곡을 작곡해서 피아노 치기 힘들게 만드냐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자기만의 확실한 이유가 있다!
화가, 선생님, 의사 등 꿈도 많은 아이 D. 발표할 때 긴장하거나 한번도 떨린 적이 없다는, 그런 느낌이 뭔지 모른다는 아이는 늘 당당하다. 참 부럽다. 멋진 '알파걸'(요즘에도 이런 말 쓰나요?!?)로 자랄 거라 믿는다.
D의 엄마와 아빠께는 늘 고마운 마음이다. 갑상선 암에 걸리고 사람 관계 등 다 힘겨워 그만두고 싶을 때,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 주셨다. 그만둬야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충분히 쉬고 돌아오라고 해주셨다. 엄마는 물론, 아빠와도 잘 지내고 있다. 외동딸인 D의 아빠를 요즘엔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요즘 아빠들은 육아에 진심이다.
D와는 독서감상문 대회에 글 쓰기를 응모했었다. 사립학교라 그런지 교내 대회도 많고 외부 대회에도 관심이 많다. D가 상을 여러 번 탔다. 내가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