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사로 만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C는 수업할 때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수시로 나에게 와서 몸을 기댄다. 성격은 시원시원한데 눈웃음이 있고 애교도 넘친다. 정말 귀여운 아이다. 나와의 수업 재미있냐고 물어보면, "엄마가 가라고 하니까 그냥 오는 건데요."라고 솔직히 답한다.
C는 머리끈부터 양말까지 온통 연보라다. 아, 신발도 연보라다. 책가방 색을 물어보니 역시 연보라. 만난 지 몇 달 지났는데도, 일주일에 한 번 만날 때마다 늘 연보라 일색이다.
초등학교에 슬로리딩 수업을 가보니, 저학년 여자 아이들 가방이 연보라다. 신기하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도 그랬었나? 나는 개인적으로 연보라를 안 좋아한다. 아이들을 보면 또 잘 어울리니, 내 취향이 중요한 건 아니다.
너는 쿠로미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헬로키티를 좋아했는데...
이것도 세대 차이인가?
C는 일본 산리오 캐릭터 '쿠로미'를 좋아한다. 역시 예상대로,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전시회에도 갔다 왔다고 하며, 거기에서 산 굿즈를 자랑한다. 헬로키티가 아니라 쿠로미와 시나모롤^^
캐릭터 산업이 아이들의 관심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사실 큰 산업이라는 의미에서 이 세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졌다. 역시나 유명하고 몸값이 높으니, '나무위키'에 올라가 있다. 헬로키티와 쿠로미, 시나모롤을 찾아 보니, 성별뿐만 아니라 생년월일과 성격, 취미, 특기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헬로키티의 몸값은 무려 200억달러(약 27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동안 벌어들인 돈은 800억달러(약 1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포켓몬스터’에 이어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한다. 대단하다!
'키티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야마구치 유코 님의 "좋은 캐릭터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 1998) 작가도 주인공의 혈액형을 만들어주는 등 살아 숨쉬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학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캐릭터는 그냥 만들어진 하나의 상징이 아니라 살아있는 듯 혼을 불어넣어 정성을 들여서 만들어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