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사로 만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안녕, T!
잘 지내고 있겠지?
같은 동네에 사는데도 우연히라도 마주치기가 쉽지 않구나.
어제는 너랑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지나가서 막 쫓아갔었는데, 네가 아니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봤는데, 못 만나 아쉽구나!
여름 방학중이겠지?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잘 마친 걸 축하한다!
중학생이 되어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빴는데, 이젠 완벽하게 적응했겠구나.
수행평가도 많고, 반 아이들과 협업해야 하는 숙제도 많아서 힘들다고 초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투덜투덜하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난 네가 그럴 때마다 바로 지금이 얼마나 좋은 시기인 줄 아느냐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 않았지. 나도 중학교 때는 그때가 좋은 줄 몰랐거든. 어른들이 그때가 얼마나 좋은 줄 아느냐고 할 때마다 화가 났거든. 얼마나 바쁘고 힘든데 당신들이 내 상황을 아느냐고 따지고 싶었거든. 원래 당시에는 바로 지금이 얼마나 좋은 줄 모르고 살아. 나도 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고 행복한 순간인데도 자꾸 까먹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이 나이를 먹고도 그러는데, 너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방학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니? 무작정 쉬고 놀고 싶으려나? 난 그랬었거든^^ 나와 수업을 할 때 학교 생활로 바빠서 책 읽어오는 것도 버거워했던 네가 안타까웠단다. 함께하지 못하는 건 괜찮아. 그래도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 책을 읽으며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방학이니까 조금은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책을 좋아했던 너를 다시 만나기를 바랄게!
T야, 건강하게 잘 지내!
오며 가며
밝게 웃으며 만나자꾸나~
- 옛 샘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