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사로 만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아이 Y와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Y는 "예스."이면 고개를 끄덕이고, "노."면 고개를 젓는다. 내향적인 아이지만 그렇다고 내성적인 건 아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힘을 얻는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어하지도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힘들어하는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건 아니다.
저학년 아이들과는 책 낭독을 같이 한다. 책을 읽을 때 Y는 목소리에 힘이 느껴진다. 저음으로 깔린 힘 있는 목소리로 글자 한 자, 한 자를 또박또박 잘도 읽는다. 글을 쓸 때는 글자도 반듯하게 얼마나 잘 쓰는지. 믿음직스럽기까지 하다.
R은 인사를 할 때도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고개 숙여 배꼽 인사를 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이 느껴진다.
꼭 해야할 말이 아니면 저는 R에게 말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수업을 진행하는 데는 크게 문제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말하기 수업을 할 때나 자신이 쓴 글을 크게 읽고 동영상을 찍을 때는 아주 협조적이다. 언젠가는 수업에 '독도리나'라는 악기를 가져와서 동요 '비행기'를 불어주었다. '독도리나'라는 악기를 처음 만났다.
이렇게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게 생긴다. 우리 아들들이 초등학교 시절에는 이런 게 없었다.
독도리나- '독도'와 이태리어로 '작다'를 의미하는 '리나'의 합성어로, 김준모 오카리니스트가 7년에 걸쳐 개발해 만든 악기. '독도 사랑', '나라 사랑'의 의미를 갖고 있고,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널리 알리고 그 사실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악기. 6개의 운지 구멍을 조합해 12개의 맑고 청아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Y의 오빠도 함께 수업을 했다. 오빠는 외향적이고 말도 정말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 남매도 이렇게 다르다.
내가 아는 모습이 이 아이의 모든 성격을 나타낸다고 할 수 없다. 함부로 아이를 판단하지 않겠다. 그저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기로 했다.
몇 년 전에 어떤 아이가 수업 시간 내내 말을 하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던 적이 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면서 지레 걱정하고 안쓰러워 했었다. 뭘 해줄 수가 없어서 무능함도 느꼈다. 불안해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밀려 온다. 그때도 책도 읽고 필사도 하면서 부지런히 살 걸 그랬다. 그 아이와는 지금 함께하지 않고 있다.
그 아이도 잘 지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