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밀어낸 봄의 자리에 햇살이 들어찬다.
초침은 분침을 밀어내며 분주히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은 또 다른 시간에 의해 밀려나고
계절은 또 다른 계절로 채워져 간다.
어지러이 의자 사이를 돌며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던
청춘의 시간이 끝나고, 음악이 멈추면
바닥에 놓인 의자도 하나씩 사라지는
게임의 룰을 따르듯
나는 계절을 보내고 난 뒤마다
또다시 들어선 집착과 조급함으로
더욱 경직된 몸짓이 되어 의자 주위를 맴돈다.
읽힌 페이지는 덮이고 다음 이야기로 채워지듯
지난한 삶의 흔적이 새로 입은 시간들로 흐려져 갈 무렵
눈꽃을 매달던 나무도 꽃잎을 눈물처럼 흘려보낸 뒤
더 짙어진 녹음으로 매미의 울음소리를 부르고
천장 높이에 가 닿던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는
둔탁히 낮은 음성으로 변주되어 간다.
계절은 그렇게 겨울에서 봄 그리고
다시 여름으로 순환해 간다.
다만 막혀 흐르지 못하는 것은
나의 닫힌 목구멍,
몇 번의 계절 바뀜 뒤 다시 찾아 올
뜨거운 여름, 굳은 몸을 뚫고
뱉어내는 소리는 매미의 울음보다
더 크게 여름을 흔들며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