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네가 누군지...
가지 마.
그렇게 숨지 않아도 돼.
이제는 내가 바라볼 테니.
너는 내 안에서 자라지 않은 그대로지.
어쩌면 너를 처음 느꼈을 때
이미 자란 채였는지도 모르지.
아마 7살, 안방에서였지.
잠들 준비를 마친 무렵
그날 유난히 엄마, 아빠에게 아낌을 받고 있다는
충만한 기쁨으로 나는 울고 말았지.
당황하시며 내게 우는 이유를 묻는 아빠의 질문에
난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어.
대신 연필을 꼭 쥐고
손으로 노트를 가려가며
이제 막 배웠을 글자들을 썼어.
그리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꼭 덮었지.
그건 비밀스러운 나만의 이야기였으니까.
맞지?
엄마. 아빠가 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쓴 거.
많은 일상의 날 중에 그날을 기억하는 건
감격해 흘린 눈물 때문이 아니라
그런 나를 응시하는 너를 기억하기 때문이야.
그때였나 봐, 어렴풋이 널 알게 된 것.
어떤 감정에 동요되지 않은 채
동요되어 있는 나를 응시하며
일어난 감정을 상기케 하는
내 안의 수호천사가 있다는 걸.
내게 행복의 감정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거지?
사는 동안 긴 터널을 지나며
난 네 존재를 완전히 잊었듯 했고
공책에 적혔던 행복의 언어도 흐려졌지.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어둠 속에도
날 한번도 놓지 않고 응시하던
네가 있었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어.
크고 작은 이유들로
나를 놓고 싶었던 어리석어진 순간에도
한번도 날 놓친 적 없는
넌 나의 수호천사.
내가 응시하는 것을 바라보는
내 안의 수호천사.
너를 만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
나 지금 어때?
내게 알려주고 싶어 했던 걸
다시 한번 가르쳐줄래?
난 7살의 너를 기억하는
긴 시간을 달려온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