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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Mar 30. 2024

다시 꽃이 핀다

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지난 시간들의 추억을 통해 나름 재밌게 살았음을 기억한다. 끊었던 술을 한잔 다시 축이며 돌아보는 추억 속에 잊고 있던 기억이 소환된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가장 옳은 방법들이었을 이불킥 순간들을 되뇌며 잠시 잠깐 깔깔 웃고 보니 세상 별일이 없어 보인다.

지나고 보면 그 시절의 나에게는, 그때는 그것이 재미인 줄도 몰랐고 그저 힘들다는 마음이 다른 감정을 덮고 있어 즐거움도 아픔도 크게  몰랐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루가 지나고 해가 지날수록 별스러웠던 수많은 일들이 별스러울 것 없이 지나갔다. 시간은 그렇게 역할했다.

때론 응원하고, 때론 채찍질하고, 때로는 실망도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매일을 반복해서 살 수는 없으니 언제나 새로운 매일을 만나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하루를 맞이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단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날을 만나며 살게 될 거다. 그러니 또 실수하고 또 실망하고 또 속상하고 또 반복하게 될 거다. 다만 어제의 내가 그러했고 작년의 내가 그러했듯 또 잘 이겨내고 지나갈 일이 될 거라는 건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픔의 강도는 미세하지만 조금씩 덜 아프고 조금은 무뎌질 거라는 것도.


아주 조금씩  아파진다.


사는 게 고달프지 않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 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궁에서 좁고 어두운 길을 온 힘을 다해 엄마와 태아 모두 죽을힘을 다해 삶을 향해 힘을 모은다. 시작부터가 극한의 고통으로 시작된 것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출산의 고통이 고통단계 중 최상위 난도라고 하는데도 쉬이 잊어버린다. 그래서일까 사람은 죽을 것 같이 아파도 딱 죽지 않을 만큼 아프고 살아남는다. 그렇게 살아내지는 것 같다. 물론 더 강해지는 것도 있겠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자연스레 강해지고 더 잘 살아내는 것은 아닌 걸 보면 적응되어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시작부터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시작했다 보니 그보다 덜한 고통은 그럭저럭 견뎌내 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갈길이 구만리이겠지만 어떻게든  살아나갈 건데 그저 조금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과했다. 조급했고 불안했고 부족했다.

덜 아픈 거지 안 아픈 건 아니다 보니 늘 상처투성이었다.

더러 영광의 상처도 있었지만 주로 스치기만 해도 쓰라린 생채기 같은 상처들로 많은 시간 마음이 시렸다.

대체로는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시간이라는 약을 바르며 잘 왔는데 가끔 그게 듣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제대로 돌보지 않은 그 상처들은 다른 형태로 바뀌며 잘 낫지 않는 흉터가 되어 오래오래 남기도 한다. 그런 흉터들이 쌓여 견디기 힘든 무게가 되어버리면 번아웃이 되어 모든 것을 놓고픈 마음에 사로 잡히곤 한다.


그때 필요한 건 거리였다.


시간이 치유하지 못하는 것은 거리둠으로 또 다른 처방이 된다. 상황과의 거리, 사람과의 거리, 그리고 나와의 거리.

가끔은 스스로의 감정에 파묻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기 어려운 지경이 되면 상황이 극에 치닫기도 한다.

그럴 때는 잠시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흘려보내는 것도 방법이었다.

한 발자국 뒤로 갔을 뿐인데 상황이 달리 보이고 온도가 달라진다. 그로 인한 상황을 견뎌내는 방안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상황과도 사람들과도 물리적인 거리 두기는 때론 치료 이상의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라도 스스로와의 거리를 적당히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새 다시 꽃이 핀다.

5개의 가녀린 잎이 다였던 작은 화분은 세 번의 계절을 맞이하며 또다시 꽃 피운다. 어느새 주변은 조그만 화분을 넘쳐 세배가 넘는 푸른 잎이 가득하다.

어떤 녀석은 잎 끝이 병들어 있고 어떤 녀석은 시들어 줄기가 힘이 없는 것도 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새로운 잎이 나고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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