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찌니 May 14. 2023

운동회

누가 이기는 게 뭐 중요하다고~

 아이 운동회 날.

생애  학부형으로서 아이의 사회활동에 참여한 날.

어찌 보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꽤나 많이 쓰인 날.


어린  시절을 되짚어 생각해 보니 의미는 크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속상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은 나는 초등1학년 때의 첫 운동회.


지금은 어느덧 그때의 나처럼 덩치는 또래보다 월등히 크고 마음은 새가슴처럼 조그마해서 작은 일에도 쉬이 나서지 못하는 나와 똑 닮은 내 아이의 운동회에 와있다.

그 마음이 얼마나 두근두근 긴장되고 불안할지가 염려되어 평소보다 큰소리로 아이를 응원하고 멀리서도 안심하라 끊임없이 손을 흔들어 댄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목소리가 갈라지고 피곤함이 몰려온다.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 낯설면서도 내 어릴 때와는 달리 내 아이의 대리인이라도 된 듯 비장함마저 든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며 전력을 다하는 내  모습에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고 오라 등 두드렸던 나의 말이 오버랩되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내일 하루 근육통과 몸살이 예견된다. 에잇 그 뭐라고!!!

까짓 함 드러눕지 뭐~!! 있는 힘껏 밧줄을 당겨본다.


어쩌면 두 번 오지 않을 오늘을, 가지 말라 억지로 잡아끌고픈 내 마음을 꾹꾹 담아 밧줄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영차영차 손바닥에 굳은살이 배이게 당겨보아도 백군 아버지들의 힘에 속절없이 끌려가는 우리 청군들의 모습이 가는 세월에 힘없이 끌려가는 꼴과 영락없이 닮았다.

그래~ 열심히 했네! 열심히해도 질 수 있는거지 뭐.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엄마는 이 한 몸 불살랐단 표정으로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아이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려본다.


한 번밖에 없는 삶, 우리 매 순간 즐겁고 재미나게 후회 없이 살아보자꾸나.

아이와 살짜꿍 윙크를 주고받으며 집으로 가는 길, 자연스럽게 파스를 하나 집어 온 나를 보며 남편이 크게 웃어제낀다.


에엥~!!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손에 잡힌 물집을 보여주니 머쓱한지 부모 되기 어렵지라며 머리를 스담스담해준다.

덕분에 운동회의 주인공인 아이보다 더 신나 흙먼지 날리게 뛰어다닌 하루치고 꽤나 컨디션이 가뿐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