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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Sep 27. 2023

비 내리는 어느 날

잊혀진 것들

비가 내린다.

십여 년 넘게 비를 맞을 일이 거의 없다 지하철을 타며 우산이란 걸 챙겨본다. 아차차,  놓고 온 우산생각에 후다닥 사무실로 돌아간다.


2009년 처음 차를 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몸처럼 함께했던 애마를 두고 출근길에 오르니 영 어색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지도 오랜지라 쭈뼛쭈뼛 통근지하철에 많은 사람들에  한번 놀라고 횡단보도의 남은 시간 알림 신호등에 두 번 놀라고. 걷다 보니 몰랐던 주변 환경에 새삼 새로운 곳으로 여행온 객처럼 두리번거리다 보니 매일아침 출근길은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운전을 오래 하다 보니 도로위주의 시야에만 집중하여 주변을 살피지 않은지도 어느새 10여 년도 훌쩍 넘었다. 그사이 바뀐 동네며 걸으며 만나는 세상은 참 많이도 변화하였다.


비가 온다.

주차장에서 주차장으로, 실내에서 실내로만 다니다 보니 우산을 잊고 산지 오래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그간 잊고 넣어둔 우산이 눈대중으로 봐도 대여섯은 되어 보인다.

그중 대충하나 꺼내 들고 출근길 빗소리를 들으며 사무실로 향했다. 나름의 운치도 잠시 꿉꿉함에 사무실 바닥 한편에 우산을 접어 넣어뒀다. 에어컨 바람이 젖은 옷사이를 통과하며 얼음처럼 차갑게 피부에 닿는다. 목이 따끔거리며 한기가 들어 사무실 한편에 위치한 탕비실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 자리로 가져오니 조금은 으슬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창밖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잦아들며 비가 온다는 것도 잊어갈 때즈음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자연스레 주변을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 들었다.

습관처럼 차키를 찾다 아차차 지하철을 타고 왔음을 기억해 내곤 혼자 멋쩍은 웃음과 함께 인사하며 사무실을 나왔다.


로비에 도착하니... 비가 온다.

아차 우산을 쥐고 있지 않은 손을 내려다본다.

퇴근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은 채 다시 사무실로 뛰어 올라간다. 곧 얼마 안돼 자연스레 우산을 챙겨 들고 출퇴근하는 내 모습에 익숙해지겠지. 혼자 머쓱한 웃음으로 다시 인사를 하고 우산을 챙겨 나왔다.


후드득후드득.

빗소리가 꽤나 세다. 우산에 바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본 게 얼마만인지.. 큰 소리를 싫어하는 나이지만 귀 아프게 때려대는 그 소리가 이상하게도 싫지가 않다.


우산을 챙겨들며 번거로운 여러 일들이 그다지 싫지 않은..

어느 기분 좋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아..  이런 날은 막걸리에 동동주가 국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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