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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Aug 06. 2023

TV

너나 나나 한 치 앞도 모르는 건 매한가지.

"미디어에 중독된 요즘 아이들은~"

"직업이 바뀌고 선호하는 일이 바뀌고 있는 요즘 풍토는~".

여러 전문가들의 말, 말, 말..  들어보면 미래에 대한 말인 듯 교묘하게 현재를 빗대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유래 없는 대변혁의 시대에 누가 과연 '전문가'라며 미래를 자신할 수 있을까..?


빠르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과연 뭘까.


거실 중앙에 덩그러니, 하지만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TV.


가전제품에 크게 관심 없는 나와는 달리 얼리어답터였던 신랑은 유독 TV와 청소기에 욕심이 많았다. 벽한쪽을 서재로 만들고 싶었던 나와 티브이는 큰 걸 써야 한다는 신랑의 의견차는 결국 신랑의 승리로 마무리.

그렇게 내 집 가장 중앙부에는 신랑의 애착 가전제품 둘이 자리하고 있다.

대게 신랑이 우겨서 사는 물건들은 생활의 편의를 위한 집기들이 많았다. 그걸 알기에 크게 반대 없이 사고자 하는 것은 맘대로 구매하게 두곤 했다.


그러다 문득 기계로 가득 찬 집안에서 가끔 기계들의 소음을 조용히 시켜보면 저 아이들의 효용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언젠가부터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꺼진 티브이를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백을 들여 크고 좋은 티브이를 사두곤  정작 미디어를 접하는 것은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 화면을 이용한다. 가끔 티브이를 볼 때도 오롯하게 집중해서 본다기보다는 '그냥 켜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끌시끌 공허한 공기를 소음으로 채워 넣는 느낌이랄까.


고작 그런 용도를 위해 이렇게 수백을 쓰는 게 맞나?


주말 식사를 하며 자연스레 볼만한 채널을 찾느라 티브이를 켜는 신랑을 찬찬히 바라봤다.

'이 사람에게는 티브이의 존재가치가 내가 느끼는 그것과는 다르겠구나..' 진지하게 채널을 고르느라 정성껏 차려낸 식사가 뒷전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보니 그에게는 분명 한 끼 식사보다 높은 가치를 차지한 게 확실했다.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대 공황을 지나는 시기, 지금 우리는 사람도 산업도 환경도 모든 것이 유래 없는 전무후무한 세상을 살고 있다.

분명 매 순간 다음을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의사결정을 하려 하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이런 가정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산업이 바뀌는 시기.

언제나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이전 산업의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한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기차로 넘어가던 시기에도 그전 세대 운송수단계의 최고 전문가들은 기술에 문외한이었고 그들은 다음 세대의 산업 기술에선 철저하게 실패했다.


그들의 예측은 과거 그들이 쌓아온 경험 데이터가 근간이었기에 그들의 기술과 능력은 새로운 산업에서는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문득 거실 벽면 가득 시커멓게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티브이를 바라보다, 저 티브이의 효용가치가 저리 절하 될 거라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마치 우리의 알 수 없는 미래와도 같구나.'

라는 생각까지 골몰히 하고 있노라니 부스스 일어난 신랑이 화들짝 놀라 한마디 한다.



새벽 댓바람부터 사람 놀라게 뭐 하는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사람이 이 새벽에 이러고 있을 거라고 누가 미리 알 수 있었겠냐고~ 사람일은 당장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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