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로 향하고 무의식적으로 양치를 하며 정면에 있는 거울을 바라본다. 그 속의 초췌하고 멍한 눈빛이 보기 싫어 고개를 떨구곤 양치질에 힘을 싣는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거울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은.
어쩌면 거울을 마주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닌 그 속에 민낯이 보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점점 나이 들어감이, 변해가는 얼굴형태가, 낯빛이 밝지 못한 내 컨디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힘겨워졌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소심했던 한 아이는 거울 속의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걸 좋아했었다. 거울을 통하면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기에 거울 속 얼굴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언제나 신나는 모험과 탐험이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거울너머 다른 차원에 존재할 거라는 상상은 질리지 않는 최고의 놀이였다. 그 속에는 스릴과 모험과 늘 재밌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거울 속의 나는 항상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 편해진 자세인 것일 수도 있고 내 보기에 편하고 맘에 드는 모습이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유독 왼쪽으로 기울어진 각도이거나 왼쪽으로 몸을 튼 사진이 많았다. 본능적으로 내가 가진 이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음이 표현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무튼 결론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 분명 존재한다
그 모습이 오늘 가지지 못한 모습이라면,
내일은 조금 더 가깝기를 소망하고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지금은 그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행에 옮겨보는 것이다.
목적이 없는 행동은 소비가 되지만
목적이 있는 행동은 투자가 되니까
피곤이 채 가시지 않은 누렇게 뜬 얼굴을 마주한 아침,
이 모습이 더는 보기 싫다는 마음이 가져온 작은 미션.
출근길에 비타민을 사들고
따뜻한 물 한 컵을 손에 들고 자리에 앉으며
저녁엔 헬스장에 가야겠다 퇴근시간을 확인해 본다
피곤함을 가시게 할 수없다면 피곤을 덜 느낄 수 있는 체력을 보강해야지. 그럼 보다 생기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어찌하면 되는지에 집중해 보면 늘 방법은 있다. 그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걸 이겨내줄 수 있는 나의 인내심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