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던 나는 사춘기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동네 골목대장이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글 쓰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시를 적어 선물하기도 좋아하누 말괄량이 골목대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작가”가 되고픈 문학소녀 였다.
매일 한 장을 넘기는 긴 일기를 써가며 조잘조잘 글로 적어 내려 가는 것이 마냥 재밌고 즐거웠다.
하루가 반짝반짝
늘 뛰어다니고 늘 적어 내려 가고픈 일들이 넘치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나의 꿈은 그저 이렇게 즐거운 나날들이 넘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기를, 이렇게 작은 소망이 흘러넘치는 글을 나누고 싶은 아이였다.
그러다 사춘기 시절, 나를 동굴로 빠지게 만드는 어느 단편 소설을 만나고선 글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느끼고 어느 순간 일기조차 쓰지 않게 되었다. 사춘기를 겪으며 나는 꿈이라는 것에 대함 생각이 달라지고 글이 아닌 영상으로 혹은 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쓰는 것들에 조금 더 깊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어 갔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고 나니, 내 꿈은 뭐였을까? 매일같이 식은땀과 함께 잠에서 깨는 무서운 꿈 말고 나를 반짝반짝하고 몽골몽골 하게 하는 꿈은 뭐였을까를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면 볼수록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작은 소망은 늘 작게라도 소중하게 고이고이 접혀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함께 해왔구나 싶다. 어린 시절의 문학소녀도, 사춘기의 어둠의 자식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는 길 또한 결국은 글이, 말이 전달되는 어떤 방식을 항상 꿈꿔왔었구나
문득 지난날의 꿈을 꺼내 펼쳐내어 보곤, 30년이 지난 어느 날 지금의 시기를 돌아보며 아 그때 해볼걸 하지 말자 싶은 마음에 오늘은 슬쩍 내 오래된 생각을 적어 내려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