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예능프로에 심리학 박사님이 나와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옹호해 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완! 벽! 주! 의! 자! 완벽주의자라서 그래요~
그렇다! 완벽을 기하다 보니 실수하고 싶지 않고 어쩔 수 없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다 결국 해치워버리는 거다.
그리곤 또 후회한다. 그래서 바뀌느냐..? Nope!!
다음에는 이렇게 해치워버린 경험에서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어 더 미뤄두다 스킬을 적용하며 더 요령을 피운다.
어설픈 완벽주의자를 빙자해 게으름을 포장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 보면 여러 스킬이 쌓이곤 한다.
가령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온다던지, 인력이 소모되는 품을 간소화시킬 방법을 찾는다던지,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시스템화시킨다던지 하는 등의 어부지리 스킬업들이 생겨난다. 우린 가끔 그걸 '짬'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가끔 그런 짬스러운 요령에서 대박 아이디어들이 나와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인과관계인 것이,
애초에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에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디폴트로 깔려있는 상태로 귀차니즘을 받아들이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푸하하하~~~~)
일을 하며 사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 대한 여러 답을 만난다. 사업 초기에 잘 키워내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성장으로 이끌어 간 대표들은 하나같이 본인만의 답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정말 다양한 답이 하나의 질문에 너무 구겨져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그런 대화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타인에게 좋은 답이 나오게 이끌어내는 것은 얼마나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이 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 속에서 보석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다음을 이어나간다.
성공한 사업가들 중 이런 질문을 잘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왜 하고자 하는 것인지, 어떤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수천 가지의 답을 하는 과정을 거쳐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 실로 중요한 여러 답이 나오는데 준비된 질문자는 그 답을 놓치지 않고 다음으로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다음에 필요한 수만 가지의 질문을 시작한다.
그런 사람들 속에 있다 보면 가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난 왜 이럴까 멘털이 파사삭 부서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럴 때 임기응변으로 즉각 즉각 잘 해결해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주춤주춤 미루고 미루다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한마디를 겨우 전할 때도 있다. 둘 다 사업엔 꼭 필요한 것들이기에 어떤게 더 좋니 하는 멍청한 질문 따윈 하지 않는다.
모든 질문에는 항상 수 만개의 답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통하는 단 하나의 정답이라는 것은 수학의 정석에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 그 머리 좋은 수학자들도 과학자들도 못 푼 문제의 답을 내가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은 대단히 오만하고 교만한 생각임을 잊지 말자.
난 그들만큼 똑똑하지 않다.
다만 난 완벽에 가까운 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수만 가지의 질문을 만들어 내고 그 속의 답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데드라인이 코앞에 다가왔고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게 분명하다.
에잇!! 숨만 쉬어도 데드라인은 코앞에 잘만 찾아오는데 난 왜 아직 기획안 초안의 방향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거냐고~
오늘도 할 일을 산처럼 쌓아두고 젠가 빼먹듯 아슬아슬 밑장 빼기를 시전 하다 밥 먹기도 귀찮아 나의 귀차니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쓸데라곤 티끌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일에 시간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