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함께 식사를 할 일이 있을 땐 어색함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나이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 꼭 나온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당연한 듯 나이나 학번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소재로 등장하는데 지금의 일을 시작하고는 내 나이를 말하면 상대가 놀라는 모습이 조금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애써 외면하고 괜찮다 생각한 나의 나이.
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나 보다.
때에 따라 젊기도, 상황에 따라 늙기도 한 이상한 숫자.
내 나이 42세.
올 6월이었나 법이 바뀌며 41세가 된 건지 여전히 42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40을 넘긴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40의 문턱에서 방황하던 내가 불안함을 정리하려 도전한 취업길에 덜컥 합류하게 된 일이 지금의 직장이다.
임원으로, 설립멤버로 나름 회사의 최상단을 경험하고 다신 누군가의 직원으로서는 일하지 않으리 생각하고 정리하고 나온 것이 어느새 6개월, 불안감이 엄습해 올 즈음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막연한 꿈을 꾸는 내 모습을 마주했다. 그때 보인 '내일마감'구인공고는 어쩌면 아주 좋은 도피처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해 온 일들과 유사하고 뭔가 배울 것이 많아 보이는 공고문 내용 중 유독 내일 공고마감이라는 문구가눈에 들어왔다.
홈쇼핑광고에 홀려 주문 전화를 걸 듯 서류를 제출해 버렸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곤 몇 주가 지났을까? 떨어졌나 보다 하고 잊고 있다 다른 일정을 잡고 이런저런 다른 계획들을 짜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들어왔다.
면접 가능하실까요?
다른 계획을 준비 중에 받은 터라 살짝 고민이 되었다.
운명 같은 끌림은 이미 한텀 지나갔고 다음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쉽사리 대답하기가 주저되었다. 그리곤 엄습되는 습관성 불안함.
면접만 봐버리자.
붙으면 그때고민하지 뭐, 뭘 미리 걱정하느라 기운을 뺄까 싶었다. 이미 1년을 수많은 고민으로 해보지 않은 도전을 뒤로한 채 흘려보낸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 아까웠다. 가장 가까운 날로 면접을 잡아버리고 날 것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되면 되고 안되면 말지라는 맘으로 면접을 봤다. 편안하게 그러나 약간의 긴장은 가진채, 내 나이가 가진 넉살과 뻔뻔함을 핑계 삼아 편하게 가진 면접 후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6개월 계약직.
짧아서 더 안심되는 이상한 계약조건이 오히려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듯했다. 묘한 도전정신과 함께 재밌겠다는 설렘이 내 안에서 작은 파도를 일렁이고 있었다.
어느덧 5개월이 지나고 곧 악속 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바쁘게 적응하고 새로운 일과 환경을 마주하며 잠시 내 나이도 잊고 살았다.
그러다 우연한상황에 내가 속한 회사에 대표를 제외하고 가장 나이 많은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였나 보다. 묘한 두 감정이 나를 자꾸 나이라는 숫자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한다.재계약이 다가오고 이제는 정계약이 되어버리면 달라질 상황이 겁이 나나보다.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도 답을 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리게 봐줘서 고맙다는 말로 스스로가 나이듦을 프레임 씌워 버리고 한계를 당연하게 세팅해가고 있음을 아마도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도망치지 말자. 도망쳐본들 시간은 멈추지 않고 나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닌데 뒤로 가본 들 내게 득이 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럼 부딪히고 깨지며 가는 거지 뭐~
미래의 나를 소환해서 지금의 내게 조언을 구해본다.
50의 내가 말하길, "조금 더 일찍 시작하지 그랬어~"
60의 내가 말하길, "그때라도 시작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힘든 결정 견뎌내 준 네가 자랑스러워. 이걸 봐 네가 걸어온 길이 결코 그르지 않았음을 알려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주어 고맙구나"
70의 내가 말하길, "사는 게 참 재밌어. 그때도 이렇게 재밌는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덜 힘들어했을 텐데.. 조금 지나면 괜찮을 많은 시간과 사건들이 지금의 네게는 세상의 전부처럼 힘들겠지만 그것도 정말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 아니었음 이렇게 즐겁고 재밌는 세상을 만날 수 있었겠니."
잠시 30년을 미리 다녀와 본 듯 미래의 나와 대화를 나누고 보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 살아온 시간 고작 40년.
세상에 나와 부딪히며 살아온 지 고작 2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앞으로 20년을 더 생각해 보면지금도 충분히 젊고 어린 나이임엔 틀림없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내 나이는 이제 비밀이 아니랍니다~!
방년 42세, 꽃 같은 나이랍니다!
어제까지 다 죽어가던 화분. 끝이 말라 힘들려나했는데 응원하며 물을 듬뿍 주었더니 아침에 다시 살아난 기특한 녀석~♡ 우리 잘 이겨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