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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군 Jan 15. 2022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하고  아카이브할 것인가

2021년에 배운 것 [4]


[이제야 정리하는 2021년 연말정산 (4)]


‘비트윈', ‘타다’ 등의 서비스를 런칭한 VCNC 박재욱 대표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매년 올해의 배움 10가지를 정리하여 올리시는 것을 보고,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10가지를 꾸역꾸역 뽑아보려고 했는데, 왠지 지어내는 기분이 들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1년 동안 배운 게 열 가지가 채 안 돼서)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각 파트를 빽빽하게 채웠다. 막상 글을 써놓고 보니 ‘배움’이라기보단 한 해 동안 매달린 화두와 질문들, 연말정산에 가까운 듯한 느낌. 그래도 차근차근 정리해보니 좋았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하고 아카이브할 것인가


2000개의 노트가 쌓여있는 노션 대시보드



 어느 해보다 자주 일기를 쓰고 많은 것을 기록한 해였다. 다만 21년에 배운 가장 중요한 건 기록의 양보다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5년 넘게 수천개의 노트를 만들어 온 에버노트에서 ‘노션’으로 이사를 완료했고, 일기, 작업, 스크랩 등 분야별로 태그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자료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과정 속에서 그간 얼마나 기록을 엉망으로 해왔는지, 얼마나 체계가 없었는지 반성하게 됐다. 아무 맥락도 의미도 알아볼 수 없는 메모가 상당했고, 그것들이 차지한 자리만큼 다른 메모를 찾거나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기록이란, 그저 그때그때 떠오른 것을 남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명확한 맥락으로,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정확한 위치에 정리되어 있는 것까지가 기록이라는 것. 파편화된 기록은 나중에 가면 해석조차 불가능한, 용량만 잡아먹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엄청난 노가다와 노동집약적 메모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난 노트들을 정리하고 태그를 붙이며 살펴보았고, 그 작업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올해는 제텔카스텐이라는 메모법을 익힐 것이고 노션을 점점 더 고도화시킬 생각이다. 쉽게 엑세스할 수 있고 쉽게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한 눈에 구조와 흐름이 보이면서도 디테일한 생각과 생각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기록들이어야 한다. 기록을 하는 순간의 감정과 생각, 반짝임이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또다시 느끼게 된 것은 아카이브의 중요성이다. 작업이나 커리어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도. 기록을 남기고 분류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과 닮아 있다. 에버노트와 노션, 카카오톡 톡서랍, 아이클라우드, 네이버와 구글에 남은 자료들까지, 내가 생산하고 보관한 모든 기록이 나라는 사람의 총합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전혀 모르던 사람이라도 내 노션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웬만한 지인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수도 있다. 나는 태생이 맥시멈리스트라 온갖 서비스마다 스크랩과 북마크, 언제 저장해두었는지도 까먹은 위시리스트와 아티클과 볼거리가 가득하지만... 이것들이 좀 더 잘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아마 올해 뿐만 아니라 평생 이어질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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