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군 Jan 15. 2022

‘최선’의 내가 아닌  ‘최대한’의 내가 된다는 것

2021년에 배운 것 [5]


[이제야 정리하는 2021년 연말정산 (5)]


‘비트윈', ‘타다’ 등의 서비스를 런칭한 VCNC 박재욱 대표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매년 올해의 배움 10가지를 정리하여 올리시는 것을 보고,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10가지를 꾸역꾸역 뽑아보려고 했는데, 왠지 지어내는 기분이 들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1년 동안 배운 게 열 가지가 채 안 돼서)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각 파트를 빽빽하게 채웠다. 막상 글을 써놓고 보니 ‘배움’이라기보단 한 해 동안 매달린 화두와 질문들, 연말정산에 가까운 듯한 느낌. 그래도 차근차근 정리해보니 좋았다.





‘최선’의 내가 아닌 ‘최대한’의 내가 된다는 것



 군대에 와서는 좀 쉬자고 생각했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리프레쉬하는 시간으로 삼아보자. 막과 막 사이의 인터미션이라고 생각하자. 분명 입대하기 전엔 그랬다. 군대에서 쉰다는 게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영화와 연극부터 완더스까지 매년 새로운 일을 벌이면서 살아왔으니 군대에서는 좀 차분하게 에너지도 보충하고 내실을 다지는 기간으로 삼자는 게 막연한 생각이었다. 뭐 부대 안에서는 남는 게 시간이니까.


 그렇지만 생각대로 될 리가 없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천성 탓에 자대에 오자마자 선임들과 국방부에서 주관하는 영상공모전에 나갔고 특별상을 수상하며 포상휴가(4박5일)를 받았다. 20년에 써둔 ‘이모네를 기억하시나요?’를 다시 다듬어 병영문학상에 제출했고 수필 부분 가작(장관상)을 받았다. 8개월 동안 50여권의 책을 읽었고 핸드폰이 없는 시간마다 써내려간 노트가 두 권을 채웠다.


 군대에 와서도 여전히 그런 마음과 싸운다. 충분히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 앞서 나가는 이들을 볼 때 느끼는 무력감,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조급함. 군대에서는 잊고 살자고 생각했던 마음들을 여전히 다스리며, 또 다스리는 데 실패하며 말이다. 어쩌면 내가 해낸 것들은 모두 그런 마음들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이슬아 작가의 책 <부지런한 사랑>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작가는 왜 최선의 너도 최고의 너도 아닌 ‘최대한의 너’라고 말했을까? 최선과 최대한의 간극에 대해, ‘최대한의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최선'은 질적 평가이자 상대평가이지만 '최대한'은 절대평가다. 최선은 주변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이지만 최대한은 스스로 자문하고 확신하는 것이다. 최선의 기준은 비교에 있고 최대한의 기준은 자신에게 있다. 언제나 나는 가능한 최선이어야 한다고, ‘최선의 나'여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온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유효한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런 날이 계속될 것이다. 끝없이 의심하고, 조급하고 막막한 가운데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는 사이클의 반복. 하지만 이 마음을 작은 원동력으로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최선이 아닌 최대한을 목표로 삼자고. 2021년은 최선이기보다 최대한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아마 최대한의 나일 것이다. 그렇게 정리하면서.





*이슬아, ‘재능과 반복’ /
원문 글 링크 :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006160300115#c2b]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하고  아카이브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