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니 Aug 14. 2022

사건이 산으로 가도 좋아!

우리가 서로 화해하기까지

조정할 때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사건이 산으로 갈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땅 공유 지분 일부를 가진 사람이 다른 공유자들을 상대로 땅 사용료를 내놓으라고 소송을 했다.

그런데 막상 조정실에서는 다른 말씀을 꺼내신다.


"원래 땅을 나눠서 가지려고 했어요(공유물 분할). 그런데 막판에 도로변에 붙은 땅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가 안 돼서 이런 소송까지 하게 된 겁니다."


"아, 그러셨어요? 그럼 상대방한테  돈을 좀 더  주시고 원하는 방향으로 땅을 나누시면 어떠셔요?"


이렇게 제안했더니 변호사님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이라 그런지 조금 당황하신 눈치다.


"그런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지금부터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예 나눌 생각이 없으시면 모를까, 그 방법에 조금 차이가 있어 그런 거라면 협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어 설명드렸다.


"사실 이렇게 협의하려면 공유물 분할 소송을 별도로 하셔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조정이니까 다행히 자유롭게 이야기해 볼 수 있어요. 어차피 소송하시려면 길고 어려운 싸움을 하셔야 하니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검토해 보시지요?"


그러자, 양쪽 모두 고개를 끄덕이시며 분할안과 제시 가능한 돈 액수를 검토해서 의견 내시겠다고 한다.


이런 게 조정의 묘미! 소송과 달리 조정은 꼭 원고가 청구한 내용대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송은 원고가 청구한 대로만 판결해야 되기 때문에, 피고가 원하는 다른 내용이 있으면 별도로 소송을 다시 해야 한다. 당연히 돈도 더 들고 시간도 낭비다.


사건이 산으로 가도 좋다.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조정실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