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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Aug 25. 2022

명품을 사지 않는 이유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젊을 때는 모아둔 돈도 없었지만 명품 브랜드 자체도 잘 알지 못했다.

백화점에 가면 왜 그런지 너무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진땀을 흘리다 필요한 것만 얼른 사고 도망치듯 나왔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명품을 사지 않는다. 아니 못 산다.

친정 엄마는 이런 내가 안타까운가 보다. 이제 품위유지를 위해 한두 개 정도는 좋은 브랜드로 사놓으라고 하신다.


왜 나는 선뜻 명품을 사지 못할까?

"패 알못(패션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이유가 제일 클 것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부끄러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첫 직장이었던 법무법인은 기독법률가회(CLF)의 본부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송무와 자문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중에도 1주에 한 번 모임을 하고, 때로는 협력 NGO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1년 차 때 멘토이신 선배 변호사님을 쫄래쫄래 따라 난민 NGO 피난처에 방문했다. NGO 대표님이 우리를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 앞에서 인사시키셨다.


그때 나는 월급 받은 기념으로 큰맘 먹고 백화점에서 내 기준으로는 비싼 코트를 사놓고 아무 생각 없이 그걸 입고 갔었다.


난민들은 남루한 옷을 입고 앉아 있는데 기독 변호사랍시고 인사하면서 그 코트를 입고 서 있으려니까 진땀이 나고 부끄러웠다.


또 나는 어려서부터 동네 작은 교회를 다니다, 친정엄마가 목회를 시작하시면서는 2-30명 정도 규모의 개척교회를 오래 다녔다. 사정을 서로 뻔히 아는 가정들이었다. 혼자 명품을 걸치고 다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라고 하면 "패 알못"의 비겁한 변명인가?


서울 강남권에 살 때초등학교 학부모 총회에서 다들 샤넬백을 들고 오시길래 재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너무 흔하니까 교복처럼 느껴졌다.


밀라노에서 프라다백이 창고 같은 데서 싸게 팔리고 있는 모습이나, 우리나라에서 중가 브랜드 지오다노가 중국에서 명품처럼 취급받는 걸 봤을 때도 신기했었다.


어쨌든 나는 아직도 뭔가 명품을 들고 다니면 과시하는 것 같고 자랑하는 것 같고 그렇다.

브랜드는 자기표현이라고 하고, 명품으로 재테크도 한다는 시대에 이런 내가 참 촌스럽다.


그래도 부끄러운 걸 어떻게 하나.

그래서 오늘도 뻔뻔하게 나 자신이 명품인데 명품을 뭐하러 걸치냐며 오히려 큰소리치고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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