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상한 모나리자

프랑스에서 만난 익숙한 여인

by RNJ


프랑스, 파리


프랑스를 가기 전까지 나는 파리하면 루브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유리 피라미드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웅장한 미술관.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사람들, 그리고 모나리자. 모나리자는 전 세계에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도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술에 'ㅁ'자도 모르는 내가 알고 있을 정도니.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모나리자가 제법 큰 그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대작(大作)이기에 크기가 크다고 생각하였는지... 뭐 아무튼 파리를 가는 김에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오기로 하였다. 전문가들이 말한 모나리자의 미소가 무엇인지. 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지. 그리고 정말로 큰 그림일지.


루브르 박물관, 파리


제법 이른 아침 개관시간에 맞춰 루브르를 찾았지만 이미 관람객들이 줄을 이루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뮤지엄 패스를 구입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점심쯤에나 입장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지상과 지하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니 내가 루브르를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쓴 지금에서야 상상할 수도 없지만 루브르는 사람이 '미어터진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약 40만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중 약 3만 점을 전시한다고 한다. 수많은 예술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바로 '모나리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루브르 박물관에는 모나리자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표지판이 따로 있다. 아마 루브르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모나리자 어디 있어요?'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대답을 하다 지쳤는지(?) 아래와 같은 모나리자 전용 안내판을 만들었다.


불어와 영어와 화살표, 모나리자를 찾아가는 길


2000. 모나리자 안내판. 작가 미상
프린트 잉크로 종이에 인쇄


안내판 덕분에 아주 쉽게 모나리자를 찾을 수 있었다. 사진이 남은게 없어 똥손으로 그려봤습니다. 양해해주세요.


Merci!




루브르에서 가장 '핫'한 곳
모나리자를 만나다


이거 방탄유리야! -모나리자-



모나리자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모나리자는 몇 차례 훼손 시도로 인해 작품 전면에 방탄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주변에는 접근을 막는 나무 펜스가 쳐져 있, 모나리자가 있는 홀에는 항상 안전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방탄유리에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모나리자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이유에서 관람객들은 모나리자 앞으로 밀려들고 이로 인해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기란... 불가능했다(다빈치 선생님, 모나리자를 하나만 더 그려주시지 그랬어요!). 사람들에게 밀려 나와 멀찍이서 모나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과 플래시 앞에서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감탄이 새어 나왔다. 세계적인 스타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녀는 내가 발길을 돌릴 때까지 은은한 미소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작았다. 77cmX53cm의 크기니 영화 포스터 정도의 크기라고 이해하면 적절할것 같다.


모나리자에서 느낀
여백의 미


모나리자는 루브르에서 가장 화려한 그림, 가장 큰 그림, 가장 오래된 그림도 아니다. 모나리자는 [황제의 대관식]이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을 주진 못한다. 평범하고 수수한 여인의 모습, 그게 모나리자의 전부였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점이 모나리자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평범함과 수수함, 은은한 미소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 다빈치는 관객들에게 작품을 보며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놓았다.


나는 모나리자에서 여백의 미(동양화에서 말하는 여백의 미와는 조금 다른)를 느꼈다. 눈썹도 없이 수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의 초상. 우리는 그녀를 보면서 상상한다.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 왜 눈썹이 없는지, 다빈치랑 어떤 관계의 사람인지. 나는 모나리자가 관객의 상상력을 만남으로써 의미가 완성되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모나리자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함과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나는 이전에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무엇인가를 느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곤 한다. 그러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 결과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마음을 비운 채 작품을 바라보고, 마음이 가는 대로 느끼고 생각이 머물고 싶은 곳에서 감상을 멈추는 것.


모나리자는 그래서 좋았다.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신비한 미소를 가진 모나리자. 아무도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기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녀가 좋았다.


Au revoir, Mona Lisa!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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