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위에서 흩어지는 우리의 여정은 배 밑바닥에 남아있었다
"어이 수병! 배 밑에 저게 뭔지 알아?"
정비창 군무원은 나이가 족히 40은 넘어 보이는 아저씨였고, 나는 당시 갓 일병을 단 새내기 병사였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보다 경험이 적거나 어린 남자에게 무엇인가 가르쳐 주려는 욕구가 강하다(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집에만 들어가면 말이 없어지는 우리 남자들이 유일하게 신나서 말을 하는 몇 안 되는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따개비잖아요. 죽도록 까내야 하는."
"나는 따개비를 보면 저 배가 얼마나 부지런히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어."
나는 아재 농담을 하시는 줄 알고 웃음을 일발 장전하고 기다렸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출항을 하지 않는 배 밑에는 따개비가 엄청나게 붙어 있거든."
"우리 배는 어떤 거 같아요?"
군무원 아저씨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직접 배를 탄 너를 앞에 두곤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나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