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위의 엄지공주들에게
안데르센 동화 '엄지공주' 재창작
이 땅 위의 엄지공주들에게
엄지공주
그대에겐 이름이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대로 불릴 뿐,
마를 새 없는 진흙탕을 빠져나와
제 물길을 타나 싶더니
시류(時流)에 휩쓸리고
아, 힘찬 물결은 제 편이 아니었습니다
물길 아래 암막(暗幕)의 세상
언제 다시 햇빛을 볼 수 있을까요?
이곳에선 저만이 장님이었습니다
저는 더 작아져야 했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나를 데려가 주련?
동쪽으로, 서쪽으로
순수한 세상으로
눈과 햇빛이 함께 내리고
어둠과 빛이 서로를 감싸 안는
하늘을 떠받치는 열매 없는 흰 나무 아래
서로를 보듬어 자라는 세상
그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의 이름은...
마야!
그것이 내 이름입니다!
보이는 대로 불리지 않는
태초부터 명명(命名) 되지 않은
무심한 낙원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