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이 교가에 들아가는 학교의 학생들이 아닌 이상, 주상절리는 학생들이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기이한 암석일 겁니다. 3~6 각형 구조의 검은 돌기둥. 아이들은 '생각'보다 거대한 규모(높이만 30~40m)에 깜짝 놀라고 맙니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지식들을 끄집어내며 자기들끼리 열띤 토론(어떻게 만들어졌고, 모양은 왜 저런지)을 벌입니다. 아이들 뒤편에 주상절리의 생성 요인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적어놓은 안내판이 당당히 서있지만,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한 모양입니다. 시선은 언제나 넓게 가지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들 말처럼 주상절리를 보면 숯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생성과정도 아주 비슷하죠. 뜨겁게 달아오른 용암이 차가운 공기와 제주 바다를 만나 거대한 돌기둥이 되었고, *곶자왈의 돌가마 안에서 뜨겁게 익은 나무는 모아놓은 빗물 바가지 몇 방에 숯으로 변신합니다. 지금은 절대보존지구에 해당하는 곶자왈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방목, 숯 생산, 채집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산업 현장이었죠. 산간지역 주민들은 수확이 없는 혹한기에 돈을 벌기 위해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거대한 돌가마에 가득 들어찬 나무는 서로가 서로를 까맣게 불태웠고, 인간은 추위와 싸우며 겨울을 버틸 몇 푼의 돈과 연료를 얻었겠죠.
*곶자왈 : 제주도의 동부, 서부, 북부의 해발 300~400미터에서 넓게 분포하는 지대. 숲(곶)과 덤불(자왈).
자연은 숯을 남겼고 인간에게는 숯가마만 남았습니다. 의도가 담긴 인간의 유적에선 애석함이 느껴집니다. 차갑게 식은 돌기둥과 숯가마에선 더 이상 어떤 소산이 나오지 않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자연의 목적 없는 분노와 인간의 땀방울을 상상합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돌의 표면과 바위틈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그려봅니다. 경험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시대, 관광이라는 새로운 산업은 노병(老兵)에게 새로운 안식을 제공합니다.
곶자왈과 주상절리는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인기 여행지입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주상절리와 숯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꼭 해주곤 합니다.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와 사람의 손길이 끊긴 무너진 숯가마.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과 더 이상 인간이 어울리지 않는 깊은 숲. 인간의 행동이 무엇을 닮아있고, 어디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디를 불태우고 식히고 있으며, 후대에 무엇을 남기면 좋을지에 대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