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희 2인분 시켰는데요.

나는 분명히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by RNJ
"내일 아침 간단하게 먹고 바다에 가자."


괌에서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 식당을 몇 곳 찾아봤다. 구글에 에그 앤 띵스라는 곳이 후기가 많길래 간단하게 한 끼 먹고 하루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습관이 있기에 든든하게 먹고 해안가에서 러닝(그러고 보니 누가 든든하게 먹고 달리기를 한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을 하기로 하였다.


여행지에서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것만큼 상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쾌한 바람을 느끼기 위해 창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괌의 습하고 무더운 기운. 가끔은 에어컨 바람 아래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이 더 상쾌할 수도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괌의 습기는 정말 어마 무시했다. 창문을 닫고, 마음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갔다. 괌은 아침부터 정말 무더웠다.

메뉴를 정하면서 가게를 찾아가다 보니 금방 식당에 도착했다. 종업원들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었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손님은 몇 테이블 없었고 우리는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팬케이크 하나와 에그 베네딕트를 하나 시켰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에그 베네딕트와 팬케이크

친구와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먹던 맥모닝 수준의 핫케이크를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에서 크기가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팬케이크 한 장이 나의 손바닥 크기였다. 아 여기 미국이었지? 옆에 있던 일본인 관광객 두 분이 우리 테이블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더 오나? 한국 먹방 유튜버인가? 들의 테이블에는 진짜 2인분(?) 정도의 음식이 놓여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면 되니까? 다행히 맛도 괜찮었다. 팬 케이크를 한 장 다 먹고 반 장 정도 더 먹기 전까지는. 광장시장에서 파는 빈대떡 2배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는 팬케이크는 먹어도 먹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커피를 3번 리필했다. 리고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팬케이크를 찾지 않았다. 게를 나서면서 친구랑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러닝은 무슨. 누워서 바다나 보기로 했다.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새로운 경험이 여행의 추억으로 남는다.


행은 다른 사람들의 평소의 일상에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언어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그 당시에는 조금 당황스럽지만 지나고 보면 그 순간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나는 아직도 팬케이크만 보면 괌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일로 인해 무엇인가를 배웠다기보다는,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여행이 더욱 특별해졌고 지금 이 순간까지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맛있지도, 가장 맛이 없지도 않았지만 그 당시의 그 당황스럽고 어이없던 순간 때문에 팬케이크가 그리워지곤 한다. 음식의 맛이 아닌 그때 그 순간의 감정 때문에 팬케이크가 그립다.


나는 가장 맛있는 음식보다는
추억이 깃든 음식을 더 좋아한다.


가끔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갔던 식당의 음식들이 그리워진다. 물론 음식이 훌륭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가끔은 그때 당시의 추억의 맛이 더욱 그리워진다. 추억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우리의 마음에 찾온다. 그리고 음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느껴지곤 한다.


함께 웃으며 먹었던 그때 그 음식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의 맛과 추억이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코로나가 멀리 사라진다면 그때의 추억을 맛보러 가야겠다.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치찌개를 먹고 집에 가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