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온 집안이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오늘은 특별한 상을 두 번 차려야 한다. 삼신을 위한 상과 아이를 위한 백일상. 구전으로 전해지는 의식이 대체로 그러하듯, 삼심상에도 통일된 형태나 규칙이 없는듯하다. 아기 엄마들은 이곳저곳에서 이야기를 긁어모아 자신만의 전통을 세운다. 간을 하지 않은 나물과 미역국. 그리고 세벌의 수저를 올렸다. 영속성의 비결이 저염식과 소식인 모양이다.
해가 뜨기 전에 동쪽을 향해 두 번 절을 올렸다. 아이를 홀로 방에 두고 신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렸다. 제례가 끝나고 남은 나물을 한 그릇에 모아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신나게 비볐다(계란 프라이를 4개나 넣었다). 우리만의 짧은 전통이 끝났고, 이제 현세를 함께하는 여인의 배를 가득 채울 차례다.
해녀의 빌보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