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by RNJ


인생 제2막. 예상은 했으나 생각 이상으로 많은 변화의 바람이 우리에게 불어닥쳤다. 심심치 않게 이벤트가 발생했던 지난했던 삶이 이제는 평탄해 보인다. 색이 빠진 과거의 추억은 오래되어 삭아버린 흑백 사진 같은 정겨움이 느껴진다.


신규 간호사는 현실 충격(reality shock)이라는 단계를 겪는다. 이상과 현실의 유격에서 공허함이 느껴지고, 정돈할 수 없는 일상은 불협화음에 온쉼표를 찍어버린다. 신규 부모도 이와 비슷한 충격을 경험한다. 그제야 잔잔했던 삶의 물결에 아기라는 거대한 바위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쩌면 10개월의 임신기간이 막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짧은 휴식 시간. 남자와 여자는 아빠와 엄마가 된다. 진부한 전개지만 배우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강렬한 조명이 무대를 다시 밝히자 멈췄던 시계가 바삐 돌아가기 시작한다.


언젠가 아기가 먼바다로 떠나는 모습을 바라볼 것이다. 영영 돌아가지 못할 시간을 목구멍 너머에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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