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by RNJ


일이 바쁜 나머지 아기의 얼굴을 며칠 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루는 일 때문에 서귀포에서 숙박을 해야 했고, 이런저런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아 한적한 시골길을 혼자 산책했다. 공기는 시원했고 하늘은 맑았다. 검푸른 밤하늘에는 오리온자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순간을 함께 했으면 싶은 두 사람이 떠올랐다.


한동안 아기의 자는 모습만을 스치듯이 보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아기는 나를 낯설어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진한 슬픔이 느껴졌다. 아이 엄마가 잠시 외출을 하는 동안 사이가 어색해진 두 남자는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기가 좋아하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가요들을 생각나는 만큼 불러주었다.


품에 어색하게 안겨있던 아기는 통통한 목을 빳빳이 든 채, 노래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다가 스르륵, 긴장이 조금씩 풀린 아기는 곧장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슬프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족과 멀어져야만 하는 순간을 종종 맞이하게 될 것이다.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강물이 있다는 사실을 너는 언제쯤 깨달을까? 하류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노랫소리를 네가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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