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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육아시 2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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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NJ Mar 28. 2024

허르헉


 선물 받은 양고기로 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모든 요리가 그러하듯이 불쾌한 냄새를 줄여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양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 월계구잎, 오레가노, 바질, 후추, 된장, 마늘, 고추장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보통 아이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양에게서 이러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성체의 향기. 인간 부모에게도 비슷한 냄새가 느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불쑥 아기의 사진을 자랑하는 팔불출 아빠가 되어있었다. 지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아기 사진에 혀를 내둘렀다. 아기의 사진을 정리하다가 아기 엄마와 단둘이 찍은 사진이 출산 전에 멈춰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대에 부푼 표정과 피곤을 떨쳐내지 못한 눈빛. 그렇게 부모가 되었고 갤러리에는 이전의 단출함이 사라졌다. 나와 너는 아기의 배경이 되어있었다.


 아기 엄마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무엇이 사라졌을까?" 아기 엄마는 "불행"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이전보다 더 헐벗었지만 서로로 인해 더욱 따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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