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번째 머리카락 기부를 위해 아기엄마가 주방가위를 들었다. 내 머리카락이 억세고 숱이 많은 탓에 고생고생하며 꽁지머리를 잘랐는데.... 거울을 보니 개화기 시절 사진에서나 볼 법한 단발 여성이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문가의 손길(=수습)이 필요했다. 새로 자리 잡은 이 동네에서 머리를 자른 적이 없는지라, 지도앱을 열고 미용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최종 선택은 까만 고양이가 사는 예약제 미용실. 아기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고양이를 보고 미용실을 선택하냐고.
정작 까만 고양이를 보고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아기 엄마였다. 다행스럽게도 짧은 머리에 와이드 셔츠, 수염과 문신이 인상적이었던 남자 사장님은 뜨거운 자신감과 날 선 예민함을 겸비한 실력파였다. 사장님은 내 머리가 익는 동안에 엄마 품에 안긴 아이의 삐뚤빼뚤한 앞머리를 손질해 주셨다. 아기의 앞머리 또한 작가를 숨길 수 없는(당연히 아기 엄마의 솜씨다) 훌륭한 결과물이었고, 아기는 낯을 가리거나 울지도 않고 멀뚱멀뚱 사장님만 바라보았다.
사장님은 따듯한 녹차를 한 잔 준비했고, 나는 '월든'을 읽으면서 사람과 고양이, 모두가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기부할 때는 여기 와서 잘라요." 사장님은 나의 머리를 말리며 자신의 결과물에 흡족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흔쾌히 그러겠다 약속을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