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벽은 두개골과 비슷하다. 뇌를 보호하나 성장의 한계를 그어버리는. 부모 어떤 역할에는 관성이 존재하는데 지키고자 하는 본능은 이성으로 흔들릴 정도로 가볍지 않다. 종과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부모는 새끼를 이렇게 지켜왔다.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했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시기에 아이와 우리는 충돌할 것이다. 부모는 와인 병의 코르크와 많이 닮았다. 지켜내야 할 향이 있고 숙성을 위한 시간은 언제나 모자라다 느껴진다.
꼿꼿이 서서 버팅기던 고집스러운 코르크는 와인을 머금지 못한 채 수분을 잃어버리고 만다. 결국 마르고 뒤틀린 코르크는 힘 없이 바스라져 버지고, 코르크 찌꺼기로 혼탁해진 와인은 향을 모두 잃어버린다.
언젠가는 포도주를 모두 흘려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코르크가 저항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