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시간의 여백을 찾아가는 세번째 이야기.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들은
의외로 단순하고 일상적이다.
골목길에 우연히 마주한 고양이
산들 바람에 몸을 맡긴 풀잎들
햇빛에 눈부시도록 빛나는 윤슬
세월이 보이는 간판없는 가게
겨울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 한잔
지나치지 못한 산문집의 글귀
마음을 꾹꾹 눌러 적은 누군가의 엽서
책방 사장님의 손길이 묻어난 서재
여행지로 향하는 사람들의 설레는 표정
그저 내 시선이 가닿는 곳들을
누누이 따라가기만 하면.
혼자 떠난 여행에서 나의 시선들은
유난히도 한 곳에 오래 머문다.
하염없이 몇시간이고 바다를 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풀밭이 있으면 냅다 눕기도 하고
내가 고른 글들을 꼭꼭 씹어 읽기도 하고
누군가의 그림 앞에 오래 머물기도 한다.
그게 다 나의 취향이고. 나 자신이고.
나를 향해 깊어지는 마음들이 아닐까.
나를 알기 위해선 무언가를 부단히
눈과 마음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도
불현듯 깨닫고 말았다.
때론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엿보는 것도 꽤나 큰 도움이 되겠지.
워낙 주변에 캐릭터가 뚜렷한 친구들이
많은 나는 나 자신이 특징이 딱히 없는
지극히 재미없고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일상에도 나를 위한 시간들을 심어가며
나를 알아가면서 느꼈던 건,
나 자신이 꽤 흥미로운 사람이란 점이었다.
나의 시선은 늘 생각지 못한 곳에 머물렀고
꽤 오랜 시간 스스로의 시선들을 동경했으며
지나가버린 것들을 돌이키고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기록들을 나중에 곱씹어보니
나에게도 취향과 나라는 것이 있더라.
몸에 좋은 차를 오랜 시간 우려내듯이
혼자 있을 때, 나의 시선과 선택들을
꾸준히 우려내다보면 나를 알아갈 수 있다.
모레 즈음, 또다른 새로운 여행지에
혼자 발을 내딛을 예정이다.
낯선 곳에서의 내 모습들이
이제는 기대가 되고 기다려진다.
또 어떤 '나'를 한움큼 알아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