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작 Apr 12. 2021

ep.13 슬기로운책 읽기


사실 보도국 작가로서 매일 뉴스를 읽다 보면 말랑말랑한 에세이, 자기 개발서 그리고 소설 글들이

마구 읽어지고 싶다.

종일 뉴스 맥락에 빠져 있을 경우, 내가 글을 읽고 있다기보다 

옳고 그름의 판단, 철자법을 잘못 쓴 것이 없나, 고치는 사람처럼 

기사를 읽어나가기가 일수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나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일을 할 때, 나에게 글이란, 내 머릿속 판단에 의한 맥락의 오류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어쩌면 그건 내가 팩트체크라는 코너를 담당하기에 그런 습관이 몇 년 전부터 더 심해진 것 같긴 하다.

내가 기사를 읽는 방법도 예전과는 다르게 가짜와 오류를 찾아내는데 익숙해진 것 같다. 


글을 마구 쓰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업무로서 보도국 작가로서 나의 글은 아이템에 대한 기획, 판단, 구성

그리고 이슈가 될만한 소재에 대한 접근 스토리 구성

그런 것들에 더 집중하는 시간이 많다.

나에게 업무로서의 글쓰기는  원고의 기승전결보다는 

기획안의 기승전결이 더 크게 습관화되어 있다.


서점에 가보면, 혹은 매주 온라인 서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수많은 작가들이 존재한다. 오롯이 나만의 책을 내고 싶은 그 밑에 있는 예비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 

사람들도 아마 엄청 많을 것이다.

욕구와 욕망 사이, 분명한 밑거름은 노력과 내공 이건만, 

최근 나의 일상 중에 업무 이외의 글쓰기로 1시간도 할애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매일 1시간이라도 집중해서 나만의 글을 썼다면 

아마 나는 지금보다 조금은 이름 있는 작가가 되었을 텐데...

매번 후회하면서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슬기로운 책 읽기가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인데, 

그 내용보다는 주로 내가 글 쓰고 싶은 욕망과 자책에 대해서만 주야장천 써내려 간 것 같다.

사실 나에게 책 읽기에 채찍을 나름 가해주는 건 

내 인스타그램에 주인공이 책이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나의 얼굴보다 나의 일부보다 내가 읽는 책들이 내 인스타그램에선 주인공이다.

마음으로는 항상 더 많은 책은 읽고, 속도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21세기 방송국 환경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도 멀리 할 수 없기에..

무수한 매력적인 영상물과 함께 시간을 쪼개면서 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집중을 더 하기 위해 인스타를 어쩜 난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혼자 조용히 책 읽는 것은 나만의 은둔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다. 

이건 누가 강요하거나, 독촉하지 않았지만, 

내 머리와 마음에서 스스로 빠져들고 있는 부분이긴 하다.

말하는 것보다 읽고 있을 때가 편한 순간도 많아지고,

누가 조언하지 않았지만, 책은 적절한 순간에 나에게 적절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미친 듯이 화가 솟구쳤을 때,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책을 펼칠 때도 있다. 

책은 세월과 함께 나이와 함께 어느새 나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그건 내 희로애락의 감정이 책과 함께 공감하며 지낼 때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도,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을 때도

책 읽기는 삶을 슬기롭게 하는 최고의 도구임을 하루하루 깨닫는다.

 

< 오늘의 속삭임>

읽기와 쓰기가 말하기와 듣기보다 우월한 행위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아마 그것은 이성과, 감성, 자유와 평등처럼 

가끔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지배해서는 

안 되는 수단이고, 가치일 것이다.

미묘한 분위기와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에 언어는 비언어적인 도구를 따라잡기 매우 어렵다.

문인 중에서는 대단히 실력이 뛰어난 작가들만이 겨우 성공한다.


                                          "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작가의 이전글 ep 12. 스크래치를 얕보지 마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