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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Jan 23. 2022

ep33. 나노 공약 시대, 나의 신념은?   


대선 국면이 디데이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는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아이템도 대선 공약에 초집중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어느 선거보다 공약 올라오는 속도와 종류가 너무나 빨라졌고 많아졌습니다.

대선 후보 캠프에서 쏟아져 나오는 공약들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질 거란

기대감까지 듭니다.  


이렇게 매일매일 쏟아지는 공약을 보고 있자니,

매년 발간되는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연간 시리즈 책에서

2022년 올해 책 중 제가 솔깃해했던 부분이 문득 생각납니다.

"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최근 2022년 트렌드 중에 '나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니즈는 엄청나게 파편화되고, 당연히 그 원인은 사회가 그만큼 파편화된 것이고,

온라인을 통해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무한 콘텐츠와 데이터는 풍년인 세상입니다.

당연히 우리 같은 방송쟁이들이야 이런 콘텐츠와 데이터를 매일 마주하고 있으니,

그래도 하나의 흐름을 해석하기 어렵진 않으나,

제 생각에 많은 사람들은 하나의 흐름을 해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 어려운 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해서 얻어가는 거겠죠.


라이벌을 펼치고 있는 두 후보의 공약 시리즈는 그야말로 나노 풍년입니다.

먼저 이재명 후보입니다.

오늘까지 이재명 후보가 공약 슬로건으로 걸고 있는 '소확행' 공약.

51개가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공보단을 중심으로 한 ‘소복소복’(소시민의 행복·소소한 행복) 발표도 시작했습니다.

지난 17일에는 부모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는 상환 학자금 제도 운용과 대상 확대,

공공부문 면접 수당을 지급 의무화하겠다고 하는  '소복소복'  8번째 발표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주말에 잠깐 뉴스를 훑어봤는데,

23일 오늘부터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공약 시리즈인 '우리 동네 공약'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동네 공약 시리즈는 전국 기초 지자체별로 5~7개 정도의 공약을 발표하는 것으로

큰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큰 공약과 달리 지역 민생 공약이 집중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소확행 공약에서 더 세분화된 생활 밀착형 공약들을 쏟아낼 예정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후 보는 행정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공약도 정책의 일환으로서 할만한 것들은

필요에 의해 다 만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속한 지역 공약을 보면서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도 생각은 됩니다.

제작진의 입장으로선 볼 내용은 엄청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요.


다음 윤석열 후보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 슬로건은 '심쿵'입니다.

심쿵 공약은 현재까지 17개가 나왔습니다.

윤 후보의 1호 심쿵 공약은 '택시 운전석 칸막이 설치'였는데,

대선 후보의 1호 공약치 고는 미세 공약처럼 보이긴 합니다.

윤후 보도 지난 8일부터 새로운 포맷의 공약 발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함께 출연하는 ‘59초 쇼츠(shorts)’ 공약 영상인데,

이 역시 전기차 충전 요금 동결, 체육시설 소득공제, 자궁경부암 백신 보험 적용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이 주요 내용입니다.

영상 미디어에 친숙한 2030 세대에 관심도가 높은 현안에 공약이 집중되어 보입니다.


최근 대선 후보의 공약들을 보면 전 정신이 없습니다.

말로 보면 너무나 좋을 듯한 게 많지만,

왜 이리 아직까지 강력하게 절 설득시키는 무언가를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일이 아닌 유권자로서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아니 곰곰이 생각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대선 자들의 공약이 제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 줄지가

중요 포인트겠죠?


이번 주에 제가 선택해서 읽게 된 책도

이런 맥락에서 저에게 꽂히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에릭 와이너가 쓴 '행복의 지도' 란 책인데,

일단 에릭 와이너란 작가가 매력적입니다.

원래는 뉴욕 타임스 기자인데 NPR 해외 통신원으로 활동하며

30개국의 다양한 나라에서 뉴스를 전하던  기자 출신 작가입니다.


아무튼, 이 책에 부탄이라는 국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구 78만의 작은 나라지만,

부탄이라는 나라는 국가 최대의 목표가 '행복'입니다.

국민행복지수라는 말도

1973년 부탄의 왕축 국왕이 처음 퍼뜨린 개념입니다.

하지만, 마이클 앨리엇이라는 젊고 똑똑한 기자가 1986년에

국왕을 인터뷰해서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사를 실은 뒤에야

이 개념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죠.

그 기사의 제목은 이 개념을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부탄 국왕: 국민행복지수가 국가총생산보다 더 중요하다"


이 책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들로 4개국을 뽑아놓기도 했습니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이 나라들이 행복한 이유엔 굳이 신을 믿지 않더라도

그냥 무엇이든 믿는 것이 있을 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전합니다.

그들은 6주에 달하는 휴가, 인권, 민주주의, 카페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것,

양말과 샌들을 동시에 신는 것을 신봉하는 것.

개중에는 우리가 감탄하는 신념도 있고,

양말과 샌들을 함께 신는 것처럼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신념은 신념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들은 과거보다

세련되고, 디테일하고 친절하게 발전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쏟아지는 물량 공세 공약 속에서

제 마음이 겉도는 이유는

믿고 보자는 신념이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행복한 나라들의 국민들처럼

그냥 무엇이든 믿는 것이 있을 때 신념이 생길터인데,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저는 어느 후보도 믿지 못하는 참 씁쓸한 국민인 상황인 거죠.


저에게 선거권이 생긴 이후,

한 번도 투표를 안 한 적은 없습니다.

매번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는 듯하고요.

그 말인즉슨,

과거엔 그래도 제가 믿고 신념 하는 후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저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지

아직은 믿음이 부족한가 봅니다.

지금으로서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들이 내놓는 나노 공약으로 제 믿음과 신념을 채워야 하겠죠?


공적이든 사적이든 전 당분간 대선 후보자의 공약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 오늘의 속삭임>


우리는 가장 측정하기 쉬운 걸 측정할 뿐,

사람들의 삶에 정말로 중요한 건 측정하지 않는다.

국민행복지수는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만들어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난 여행  행복의 지도 '


                                           - 에릭 와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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