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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Feb 07. 2022

ep34.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서...  


진정한 새해를 보낸 한 주였습니다.

새해가 되면,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위해, 아님,

가족들을 위해 한 가지씩 무언가 나름의 이벤트를 하곤 합니다.

이번엔 중학교에 올라가는 아들과 조카를 위해,

그리고 매해 시댁 부산에 내려갈 때마다 한 번은 해봐야지 했던

도장 깨기 중에 하나였던 요트 투어를 실천했습니다.

겨울 요트 투어는 성수기는 아니기에,

때마침 1월과 2월엔 성인들은 반값 할인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요금이 부담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요트 투어 하는 시간은 50분,

가장 타기 좋은 시간대는 일몰을 볼 수 있는 5시 30분입니다.

여타 요트투어 후기들을 봐도 5시 30분 승선을 추천하고 있지요.

설날 연휴의 다른 날들은 다 마감이었는데,

운 좋게 , 설날 당일 5시 30분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날씨는 서울과 다르게 겨울에도 거의 영상을 유지합니다.

설 연휴 그렇게 서울엔 눈이 많이 왔다고 하던데,

부산은 눈발 하나 안 날렸으니까요...

제주도와는 다르게 부산은 1년에 눈이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곳입니다.

그래도 1년 중 영상의 기온 중에는 다소 쌀쌀하고,

저녁즘엔 추울 수도 있어서 그런지,

승선객에게 담요를 나누어 줍니다.

우리 가족과 다른 체감온도를 느끼는

부산 가족들을 위해 미리 핫팩도 준비하였고요.

당연히 춥긴 추웠습니다만,

요트 맨 앞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데,

다소 쌀쌀한 바닷바람에도 어찌나 마음이 뻥 뚫리고 좋았는지,

깊은 바닷물은 보이지 않고,

불그스름해지는 석양과

하나둘씩 불이 켜지는 해운대의 야경과 광안대교의 불빛만이

절 사로잡았습니다.

이 야경을 10년 이상 봐왔는데도

요트 위에서 바라볼 때의 느낌은 달랐습니다.

바다와 교감되는 정도가

바다 풍경을 체감하는 정도가

왜 더 평온하던지... 새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새 출발 효과'라는 말이 있죠.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가 한 말이긴 한데,  

새해와 같은 '시간적 랜드마크'는 '예전의 나'와 '새로운 나'를

구분으로 기준점이 된다는 것인데,

예전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행동 변화를 이끈다는 말입니다.

이 날이 진정한 새해 첫날이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제가 특별히 요트 위에서 새해 다짐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요트 위에서 바라보는 제 눈에 들어오는 바다는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바다 멍을 때릴 수 있을 만큼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무언가 이번 요트 투어에선,

제 시선이 깊고 무서운 바다가 아닌,

기분 좋아지는 풍경들에게만 머물렀던 것을요,

전 평온해지는 지점만 바라볼 수 있었기에,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졌다는 사실을요.

요트 투어 하는 동안 틀어주는 좋은 노래들도

한몫을 한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50분 좋은 바다 명상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제 인생에 있어서 배와 요트는 좋은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어렸을 적 처음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갔던 필리핀에서

작은 배를 타고 에메랄드 빛 바다를 구경하는 코스였는데,

지금의 해운대 바다보다 훨씬 멋들어진 바다였지만,

출렁이는 배가 왜 이렇게 무서웠던지,

지금도 그 무서웠던 기억은 생생히 기억납니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망망대해 이 바다에서

'수영도 못하는 내가 여기서 빠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만 마음속으로 계속하고,

아무런 풍경에 대한 감흥이 없었던...

제 시선은 계속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고 있었지만,

시커먼 바다처럼 보이던 무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여행 이후로, 전 수영을 배웠습니다.

바다에 빠지더라도 고개를 내밀고 수영은 할 수 있어야 하는

다짐을 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죠.

그 덕분에 지금은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자유자재로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죠.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후,

신랑 지인과 부부동반으로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갔던 적이 있는데,

당시 옵션 코스에 외딴섬. 이름도 잊어버릴 수 없는,

만 따리니 섬이라고 보트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하는 여행 코스가 있었습니다.

섬으로 관광객을 이동시키는 배는 모터보트같이 빨리 가는 배인데,

크기가 크지도 않고 20명 안쪽으로 태우고 이동하는 모터보트인데,

이 날 날씨도 비도 오기도 했지만,

파도 물살이 거의 급물살 서핑 수준을 넘어서는

디스코 팡팡은 저리 가라 하는 앉아서 손잡이를 잡고 봉을 잡아도

꼬리뼈가 나갈 것 같은 충격이 올만큼 어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짜 이러다 배가 뒤집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 배의 승선객이 거의 중국인, 일본인이었고

한국인은 우리 딱 4명이었기에,

우리가 이 바다 한복판에서 죽어도 아무도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다행히 4 시간 같던 40분의 바다 위 공포의 디스코 팡팡을 즐긴 배는

만 따리니 섬에 우리를 안착시켜줬지만,

4명다 거의 반은 정신이 나간 상태였고,

다른 나라 관광객들은 구토까지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섬을 체류하는 동안 다시 육지로 돌아갈 생각으로

제대로 관광을 하지 못했던 돈 아까운 최악의 옵션 코스의 기억 중의 하나입니다.

그 당시 모터보트를 탔던 제 시선 역시,

거친 바다의 물살만이 보일뿐,

다른 곳엔 시선이 가질 않았죠.


제가 배를 탄 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시선은

물론 환경에 의해서도 지배를 당하지만,

당시에 공포를 조금이라도 덜 느낄 수 있었던 방법은

제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이번 요트를 타고 보니, 느껴지는 마음입니다.


물론 지금은 과거보다 정신이 좀 더 영글어지긴 했고,

성숙이란, 상처 없는 인격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는 열매가 익어가듯 변해가는 과정이듯,

제가 무언가를 경험해나가는 과정에서,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어디를 보느냐는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새해 요트 투어에서 느낀 기분 좋은 바다 풍경을

마음으로 앙리 마티스의 명언이  정리해줍니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디에나 꽃이 피어있다는 것을...


< 오늘의 속삭임>


내 삶은 현실이 될 아름다운 이야기,

내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 낼 이야기가 될 것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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