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6. 필사의 재발견

by 뉴작


2022년 들어 새로 시작해서 실천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필사입니다.

필사, 다들 아실 겁니다.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일입니다.

사실, 필사를 왜 해? 그 시간에 딴 걸 하지... 라며

굉장히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언저리 전 방송국 선배 중에 한 명이

저에게 필사를 권유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은 당시 나쓰메 소세키 작가를 굉장히 좋아해서

그 작가의 책을 필사하고 있었죠.

그 선배가 필사를 추천하는 이유는

훌륭한 작가들의 문장을 필사하면,

마치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는 필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저에게 추천해 주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 더 깊은 뜻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읽기도 바쁜 세상에 왜 소설을 베껴 쓰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지라, 당연히 필사는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저는 작가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무언가를 읽고,

내 생각과 사고로 내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사실 필사는 꼭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 형태로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친구들 중에는 QT 쓰기 같은 형태로

매일 성경 구절들을 필사하는가 하면,

불교를 신실하게 믿으시는 저희 엄마 같은 경우도

한글이나 한문으로 된 사경을 많이 하십니다.

사경은 불교의 경전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을 뜻합니다.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 다라니경 등등 불교신자분들은 아실 겁니다.

쓰는 동안 수양도 되고, 나름 깨달음을 얻기도 해

저도 간헐적으로 몇 권 해본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불교의 경전은 말이 너무 어려운지라,

그냥 쓰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느낌이 저에겐 강했습니다.

엄마가 권유해서 의무감에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올해 우연히 '루이스 헤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쉽고 슬프게도 이 세상분은 아닙니다.

그녀의 일대기를 보다가, 그녀의 필사 집이 베스트셀러에 등극되어있는 걸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루이스 헤이'는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심리치료 전문가입니다.

루이스 헤이의 필사 집 홍보문구 첫 문장이

'전 세계 5천만 명의 삶을 바꾸다!'인 것처럼 말이죠.

저는 이분의 존재를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1984년에 출간된 저서 <치유>라는 책은 35개국에서 29개의 언어로 번역돼

5천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입니다.

그녀는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와 <필 도나휴 쇼>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널리 알려졌습니다.

제가 이번에 산 책은

그녀가 죽기 전에 기획된 마지막 책으로 <하루 한 장 마음 챙김>이라는

긍정 확언 필사 집입니다.

매일 하나씩 읽고 쓰도록 윤년까지 포함해 총 366개 항목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저는 2022년 2월 8일 첫 시작을 했고,

2023년 2월 7일 이 필사 집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총페이지는 500쪽이 조금 넘으니 책의 두께도 상당합니다.


이 책의 필사를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안되니, 아직 밀렸던 적은 없습니다.

사실 피곤한 하루라고 해도 10분 언저리 정도 할애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타이핑을 치는 것보다 끄적거리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강한

저로서는 말이죠.

그래서 제 하루의 가장 끝자락에 이일을 하고 요샌 잠이 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하루 10분 정도로 500페이지 책을 채우고 있지만,

제 기분은 필사로 오늘 가득 채운 것들을 비우는 마음이 큽니다.

어느 순간 필사의 기쁨이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전 이 책을 쓰면서, 하루 동안 수많은 텍스트를 읽고 이해해가면서,

채웠던 저의 뇌 용량을 내일을 위해 어느 정도 비우는 연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필사를 하는 그녀의 말들 또한,

삶의 치유의 역할을 하지만,

필사는 글을 채우는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비워지는 마음을 알려줍니다.

어쩌면 과거 한 선배가 저에게 필사를 권유했던 것이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린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어느 공장과 다름없이 방송물을 찍어내던 그 바쁘고 분주한 공기들 속에

무언가로 환기를 시킬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는...

오늘의 무언가를 비워야 내일 또 새로운 걸 채울 수 있으니까요...




< 오늘의 속삭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면,

자동으로 내 안에 있는 최고의 모습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루이스 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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