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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Apr 24. 2022

ep 41. 우리의 나이는 공사 중

올해 새롭게 바뀌려고 조짐을 보이는 것들 중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아닌 우리들의 '나이'입니다.

대통령인수위원회가 지난 11일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만 나이'로 통일된다면, 현재 생일이 안 지난 사람들은

현재 한국 나이에서 2살까지도 더 어려지는 셈입니다.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는 분들도 꽤 되겠죠?

41세는 39세로 31세는 29세로 달라져

입꼬리가 자동적으로 올라가실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가 3가지 버전까지 가능하긴 합니다.

한해중 언제 계산하느냐에 따라

'연 나이', '만 나이', '세는 나이'에 따라  1~3살까지

나이가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는 건 사실입니다.

행정상 어떤 카테고리에서 내 나이를 처리하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있습니다.

이 3가지 버전이 언제 적용되는지 상황이 닥쳤을 때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하고요.

저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거나, 약 처방을 받을 때

제일 많이 제 만 나이를 보곤 합니다.

그 외엔 특별히 제 만 나이가 중요하게 쓰이는 적이

요새는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 보게 된 사람들과 평상시 통성명을 하거나

나이를 물을 땐 으레 우리는 한국식 나이를 이야기하니까요.

사실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시작해

새해가 되면 모두 동시에 한 살을 더 먹는 것을 계산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셈법이긴 합니다.


실생활에선 이러한데,

사실 우리나라도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쓰고 있긴 합니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으로 만 나이를 많이 쓰고 있긴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린 한국식 나이에 익숙해져 있지만요.


그런데 우리에게 어떤 권리가 주어지는 나이를 살펴보면,

우린 꽤 사회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시작을

만 나이로 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투표 가능 (만 18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가능 (만 18세 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관람 가능 (만 18세 이상, 재학 중인 고등학생 제외)

군대 입영 가능 (만 18세 이상)

9급 공무원 지원 가능 (만 18세 이상)

워킹 홀리데이 신청 가능 (만 18세~ 만 30세)  


우린 통상적으로 만 나이를  미국식 나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실제적으로 우리가 법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에도

이런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새삼 살펴보니 그랬습니다.


근데 헷갈리는 영역도 존재했습니다.

또 다른 곳에선 연 나이를 적용하고 있으니까요.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단순히 빼는 셈법입니다.

자기 생일 기준이 아니라 일정 연령에 이르는 해의

1월 1일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병역법, 청소년 보호법, 초중등교육법, 민방위 기본법 , 향토예비군 설치법 등에는

연 나이를 적용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내 나이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건 맞습니다.

 


최근 이런 나이 적용에 있어서 혼란을 부추기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소아 코로나 19 백신 접종 초반에

소아 접종자의 나이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어

'만 나이'를 적용하느냐, '연 나이'를 적용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있긴 했습니다.

이미 의료계에선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결국 '만 나이'를 적용해서 많은 혼란이 야기되진 않았지만,

아마 '연 나이'를 적용했다면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겠죠.


사실 엄마들은 한 번씩 아이의 나이 때문에 혼란을 경험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저 또한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입학시키고,

아이 관련 서류를 작성할 때 우리 아이의 나이를 만으로 적어야 하나?

한국식 나이로 적어야 하나?  헷갈려한 적이 있습니다.

각각의 어린이집, 유치원들이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반구분을 만으로 하는지,

한국식 나이로 하는지 다양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엔 생일이 빠른 1월, 2월생 친구들은

7살에 학교에 들어가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그 제도가 사라졌지만,

저희 땐 그래서 대학교 학번에도 빠른 자를 붙인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생일이 빨라 이른 나이에 학교에 들어간 친구들은

나이를 물어보면, 어떤 나이로 대답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적이 있고요.

당사자들은 무언가 한 살을 이기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지만,

사회적으론 반기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을 때가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들었던 적이 어렴풋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빠른 생일이라도 학교에 빨리 들어가는 그 제도가 없어져서

8살이면 초등학교 1학년

14살이면 중학교 1학년

17살이면 고등학교 1학년으로

거의 동일하게 나이와 학년이 연결됩니다만,

다시 '만 나이'가 도입되면 학교는 대혼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취학 안내는 나이가 아닌 출생 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만 나이'가 도입되면 저학년 사이에서 나이에 관한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우리 같은 세대들은 '만 나이'가 되는 게

나쁘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긴 할 겁니다.

생일 안 지난 분이라면 2살까지 어려지는 삶을

다시 부여받는 기분일 테니까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다만, '만 나이'로 통일돼 일상이 평온해지기까지는

신중한 과정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인수위는 2023년까지 관련 법률이 국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본법 개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나이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공감대 형성

법령 정비 작업, 행정처리 시스템 완비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었거든요.

'만 나이' 정착을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왔지만,

한국인들이 수십 년 동안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관습에서   

벗어나는 게 쉽진 않았던 듯합니다.    


누군가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물었을 때,

생일이 지난 유무에 따라 내 나이 셈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고,

나이 문화 핵심인 취학연령(초중등교육법), 청소년의 나이 (청소년 보호법)

군입대 연령(병역법)은 연 나이를 쓰니

모든 시스템을 바꿔서 인식을 전환시키는데 당연히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일각에선 바꾸면 좋은 거지? 그게 뭐 어렵겠어? 할 수 있겠지만,

오래된 사회적 약속을 뒤엎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일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나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해야 함은

이런 제각각인 상황을 보아도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다만, 언제나 그렇듯 제도가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들의 습관과 인식 전환,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나이가 위계질서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단순히 1살 어려지는 혹은 2살 어려지는 숫자에만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진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오랜 관습이 평화롭게 바뀌는 과정들이 보인다면

우리 사회는 다음 숙제도 더 쉽게 풀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담아보면서요...


< 오늘의 속삭임>


세상의 기준에서 엄청난 성공을 불러올 행동은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계속하면서 그들은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 결과 시작점에서 몇 발짝쯤 떨어진 곳에 서 있게 된다.

그들이 선 그곳이 타인의 눈에 높아 보일지 낮아 보일지

좋아 보일지 또는 그렇지 않을지는 아무 상관없다.

그들이 스스로 움직였다는 것,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그곳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됐다.

내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내 안에 있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 보름 작가의 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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