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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May 08. 2022

ep42. 둔필승총 (鈍筆勝聰)

요새 살짝 쉽게 눈길이 가며, 재미있게 읽히는 책들이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의 기록들을 영감 노트라 칭하며 일상의 영감들을 기록해서 낸 책들입니다.

그들에게 영감 노트 기록들은 가장 큰 자산이자, 영업비밀이라 생각되는데,

그런 일상의 깨알 같은 기록들을 영감으로 승화시키고,

괜찮은 결과물들을 도출해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사적인 기록들을 자신의 관점으로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고, 근사하게 될 수 있구나를 알려준 책들입니다. 




처음 브랜드 마케터 책을 읽은 것은 '생각노트'라는 필명을 가진 브랜드 마케터의 책입니다.

생각노트는 IT 회사 마케터로 입사해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고,

현재는 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생각노트는 원래 입사 1년 후, 흘러가고 잊히는 사적인 생각을 잘 수집하고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것이 개인 블로그였는데,

트렌드와 브랜드에 대해 '왜 이 트렌드가 떴을까?' '어떻게 이 브랜드가 주목받게 됐을까?'

질문을 던지며 사적인 콘텐츠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찾아보는 블로그가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뉴스레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으로 1인 브랜드를 확장하며,

현재는 약 10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1인 브랜드라는 것이 말이 쉽지 부캐로 그만큼 얻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살펴본 바로는 생각과 기록이 콘텐츠가 되는 아주 작은 차이는 질문과 해석입니다.

누구에게나 스치는 생각들이 있지만,

그것을 콘텐츠로 바꾸는 것은 아주 사소한 차이거든요.

말은 언제나 쉽고, 머리로는 끄덕이지만,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이야깁니다.

생각노트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고,

꾸준히 자신의 관점을 기록하고 공유해서 자신만의 오리지널이 된 것입니다.


사실 저도 기록이란 것에 대해 언제나 묵직한 마음을 갖고 있긴 합니다. 

기록이 쓸모 있고, 중요하다는 것도 이론상, 경험상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이고요, 

우리같이 방송국에 있는 작가들도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방송의 큰 뼈대인 아이템이라는 영감을 얻어야 하니, 

일상의 생각, 관점, 기록 다 중요한 포인트이긴 합니다.

다만, 빠르게 돌아가는 이슈의 테두리 안에 있다 보니,

기록을 하기엔 손과 머리가 더 앞서 나가는 경우가 있는 것이 다반사이긴 하죠.


그런데 최근 자신의 관점과 기록들로 책을 내는 사람들을 보니,

기록의 즐거움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하루에 대한 일상에 대한 일기를 쓰는 기록이 아닌,

무언가 테마가 있는 기록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사실 제가 하는 최근의  기록들을 살펴보니

단편과 장편이 존재하긴 합니다.

단편은 인스타그램과 제5년 다이어리, 그리고 1년 다이어리, 독서기록&명언장 정도이고, 

장편은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공간에서 쓰고 있는 브런치 정도입니다.

사실 인스타그램으로 본격적인 기록을 하는 사람들은

본캐 계정에서 파생해 자신만의 영감 카테고리로 5개까지도 만든다고 하니까요.

우후죽순 느끼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

분류는 또 다른 기록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긴 합니다.

기록도 습관이고, 삶이 돼가게 만들고 싶다는 제 안의 욕구가 뿜 뿜 샘솟게 말이죠.


게다가 기록 욕구에 살짝 불을 더 지피게 된 결정적 책이 있긴 합니다.

최근에 읽은 트렌드 당일배송 미디어 캐릿(Careet)을 운영하고 있는

김신지 씨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인데요,

우리같이 글 쓰는 기록에 그리 거부감이 없는 작가들이라면,

더욱더 일상의 영감들을 많은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격려의 메시지가

강하게 와닿은 책입니다.

거기다 모든 기록은 굳이 비장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합니다.

기록이 비장해지는 순간 부담스러워지기 마련이니까요.

또 각자가 하는 일에 필요한 영감도, 또 나한테 영감이라 느끼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니 제한을 두지 말고,

내가 맞닥뜨리는 것 중 '오, 좋은 아이디어다'  느껴지는 순간을 모은다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그렇게 따져보니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생각들을  

우린 꽤 많이 흘려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만들어야 하는 방송 콘텐츠도 그렇고, 글을 쓰는 브런치 공간도 그렇고,

저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이 영감이긴 합니다.

영감이 곧 소재이고, 소재만 잘 정해져도 일단 50%는 완성됐다 보이니까요...

그런 일들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제가 하고 있는 기록들에 대해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고,

영감 노트들을 잘 분류해서 가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보고 느꼈던 어떤 상황, 어떤 순간, 어떤 글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 누군가들과 만들어진 상황과 시간들

그 모든 것의 기록들이 저에게 유용한 자양분이 될 수 있게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둔필승총(鈍筆勝聰),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고,

사소한 메모나 기록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어록이 괜스레 떠오르는 밤입니다.


< 오늘의 속삭임>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내 기록이 좋은 기록일까?

그런 고민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100점을 맞으려고 시작한 기록이 아니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게 편한 방식으로 기록하되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해 지속하세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김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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