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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Jul 03. 2022

ep 47. MBTI보다 EQ?

지금은 MBTI가 유행인 시절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에게나,

혹은 본인들이 속한 조직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나

우린 의례적으로 어느 순간부터 MBTI를 물어본다.

때론, 상대방의 MBTI를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추측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MBTI를 100% 맞추기라도 하면,

무슨 이유인지, 엄청 신나라 한다.

어떤 MBTI와 어떤 MBTI가 궁합이 좋은지, 나쁜지,

어떤 MBTI가 사회생활을 잘하는지,

MBTI별로 직업군은 어떤 것이 잘 맞는지,

나름대로 분석도 해댄다.

국민 반 이상이 MBTI 전문가가 된 듯하다.

취업하는데, MBTI가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들도

꽤 많이 봐왔다.

MBTI가 시대의 인적자원 분류표가 된 듯한 세상이다.


그러고 보니, 한때는 EQ(감정적 지능지수)가 유행했던 시절도 있었다.

'EQ'의 개념은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의 저서

'감성지능'에서 유래됐다.

EQ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조정하며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니엘 골만은 언론인 출신인데,

수십 년 동안 조직과 단체의 리더들을 취재하던 그가

조직에서 EQ가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높은 업무 성과를 낸다는 점을 발견했다.

왜 그럴까? 이유를 살펴보니,

감성 지능이 높은 이들은 감정 조절 능력과

공감 능력을 발휘하여, 일하는 동료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이 결과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IQ가 높고, 판단 능력이 탁월한 이들이 리더가 될 것 같은데라면서...

그런데, 실상 함께 일하고픈, 마음이 끌리는 리더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임이 입증됐다.  


EQ는 행동방식, 인간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지만,

MBTI처럼 결과값을 측정하기 쉽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서 정확한 EQ 지수 측정이 어렵다고 학계에선 이야기한다.

 


한동안 엄마들에게도 아이의 IQ보다 EQ를 높여야 하는 교육 바람이 불기도 했다.

EQ는 IQ와는 달리 타고난 기질이나 유전과는 무관하게

공감 경험을 많이 시켜줄수록

향상될 수 있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IQ는 연습과 훈련으로 한계가 있는 영역이지만,

EQ는 연습과 훈련의 산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에 나름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 중에 하나였던 기억이 난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도,

사회가 나름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사람들의 EQ 지수를 높이는 거라 생각된다.

코로나 팬더믹 속에 한동안 우린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불편함을 경험했다.

근 2년 동안 아이들도 어른들도 사회성과 공감성을

다소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았다.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들은 사람과 사람 관계의 어색함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진 부분도 있다.


EQ는 공감대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된다.

상담 코칭 활동을 20년 이상 한 권수영 교수의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란 책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1940년대 정신치료와는 구별되는 서비스로 상담서비스를 주창한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20세기 인류 역사에 남을만한

두 가지 발명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다.

그 첫 번째가 '반도체'이고, 두 번째는 '감수성 훈련'이다.

반도체를 통해서 새로운 과학 문명이 시작되고,

현재의 최첨단 정보 기술 산업이 번창하게 되었다.

누구나 20세기 인류의 첫 번째 위대한 발명은

반도체라는 지적에 충분히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발명이 '감수성 훈련'이라는 것은

아마 순간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감수성 훈련이 정확히 뭘 말하는지 정의가 필요하다


감수성 훈련은 1940년 미국에서 인종에 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훈련으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산업체나, 전문 상담기관 등에서 두루 활용되었던

소집단 훈련이다.

건강한 인간관계와 상호작용을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집단 훈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내밀한 감정들과 그 감정들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게 된다.

20년 이상 상담 코칭 활동을 한 권수영 교수님도

심리상담사들에게 필수적으로 감수성 훈련을 받아보라며

권장한다.

감수성 훈련은 다른 말로 공감 훈련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감 능력도 천부적인 재능이라기보다

연습과 훈련이 끊임없이 필요한 셈인 것이다.


어쩌면, 우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감정을 다룬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엔

다섯 가지 감정이 나온다.

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다섯 감정 친구들의 이름은

아마도 '기쁨', '슬픔', '버럭'.'까칠', '소심'이다

단어만 봐서 가쁨만이 좋은 감정 같아 보이지만,

이 영화에선, 우리에게 이 모든 감정은 다 중요하다 이야기한다.

영화의 결말은 주인공이 심지어 '슬픔'이란 감정이

참 중요한 감정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막을 내린다.


지금 시대에 MBTI가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글을 이해하는 문해력만큼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감정 문해력이 중요한 시대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 EQ가 중요하다 생각된다.

내 안의 많은 형용사로 표현되는 모든 감정과

타인들의 많은 형용사로 표현되는 모든 감정들은

다 소중하다.

그리고 우린 그것들을 서로 잘 읽어내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한동안, 혹은 그동안

우리의 생각이나 의지에 비해

하찮은 존재로 여겨진 감정에 급 미안해지기도 한다.


모두 다 갑자기 공감의 고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겐 시간을 갖고 연습과 훈련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감정 문해력이 높아지면,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인 불필요한 갈등도 사라질지 모르고,

우린 좀 더 마음이 여유로워질지도 모른다.

그런 여러 저러의 이유에서 지금 우리는

MBTI보다 EQ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왠지 오래전 보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다시 봐야겠다.  





< 오늘의 속삭임>


늦었다고 판단하지 마세요.

공감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적절한 발달 시기란 없습니다.

누구도 정서지능을 높이기 위해

이미 늦어버린 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느낌에 대한

감수성을 익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감이 이루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자세히 공부해야 합니다.

공감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누든지

적절한 시간과 꾸준한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권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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