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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Oct 17. 2022

ep54.베스트셀러VS스테디셀러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나들이를 나갔다 왔습니다.

여러 지역의 교보문고가 있긴 하지만,

광화문 교보문고는 무언가 오프라인 매장 서점의 시그니처 같은 장소입니다.

제 학창 시절의 많은 추억들을 소환해주기도 하고요.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광화문 교보문고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친구들과 버스 타고 문제집이나 책을 사러가기도 했고,

다양한 문방용품, 팬시용품들을 사러 갔던 경험들이 많습니다.

그냥 그때 우리들은 책을 엄청 좋아해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간다기보다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기분 전환되는 즐거운 놀이터에 가는 기분으로

그곳을 갔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그 시절엔, 출간 작가들이 이런 대형서점에서 사인회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시간이 잘 맞으면, 당시 책을 출간한 유명 작가들의 얼굴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이나 북토크니 북콘서트니 하는 것들로 작가들의 출판 행사가

나름 화려한 행사처럼 진행되지만,

당시에 출간 작가들은 이런 대형 서점들을 투어 하며

사인회를 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고등학교 시절

광화문 교보문고에 얽힌 에피소드 중 하나는

제 친구 중 한 명이 당시 7막 7장을 쓴 홍정욱 씨를 엄청 좋아했는데,

홍정욱 씨가 교보문고 사인회를 한다는 소식에 친구들과 함께

친구의 설렘과 기대를 같이 하며 같이 갔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들도 후광이 빛나는 그분의 얼굴을 보며 감탄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 당시 여고생들에게 홍정욱 씨가 나름 센세이션을 일으키긴 했습니다.

당시 어떤 아이돌보다 엄친아라 칭하던 홍정욱 씨의 인기가 나름 높았으니까요.

아무튼, 제 친구는 실물을 보고 더욱 홍정욱 씨의 팬이 되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어서면, 다른 교보문고 매장과는 다르게 강하게

들어오는 고유한 냄새가 있습니다.

공감 가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고유한 냄새가 절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실제로 교보문고 굿즈 판매 상품 중엔 교보문고 서점 향이 나는

디퓨져와 룸 스프레이가 있습니다.

이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니즈가 있는 걸 파악하고,

생겨난 아주 특별하고, 참신한 굿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점과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한 번쯤은 선물해도 괜찮을만한

굿즈 같습니다.

그런 냄새가 코에 적응되면, 처음에 당연히 가는 곳은

베스트셀러 진열 코너입니다.

어떤 책들이 요새 인기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인터넷으로 주로 책을 구매하긴 하지만,

제 취향이 요새 인기 있는 책들을 위주로 구매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작가들이 누구인지,

어떤 종류의 책들이 있는지는 매번 궁금해서 알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책 중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주저 없이 구매합니다.


이번에도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은 새로 출간한 책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한두 권은 항상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스테디셀러라 부를 수 있는 책들이 순위를 차지합니다.

스테디셀러가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는 순간은

최근 방송이나 유튜브에 이슈를 탔거나, 유명 인사나 셀럽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언급한 책들이 간혹 그렇게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옆엔 언제나 스테디셀러의 책들이 눈에 띕니다.

긴 시간을 두고 인지도가 있는 책들이며

고전문학이라 불리는 것들, 분야별 지침서 혹은 교본서라 불리는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목도 익숙하고, 작가도 유명한 분들이 많죠.

스테디셀러이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지는 더 탄탄합니다.

물론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를 유지하는 작가들이야말로

그런 책들이야말로 엄청나게 대단한 책들이라 생각됩니다만,

그런 책들이 쉽게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방송에서 베스트셀러라고 불리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일명 킬링 콘텐츠입니다.

한 순간에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시청률, 혹은 조회수가 하늘을 찌르는 것이죠.

한동안 그 프로그램, 혹은 그 코너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주목을 받고,

화젯거리가 됩니다.

대신 방송은 책과는 다르게 아무리 좋은 킬링 콘텐츠도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지속적으로 폭발력을 갖긴 어려우니까요.

어느 정도 폭발적인 인기가 꺾이는 순간, 박수 칠 때 떠나야지 하는 마음에

그걸 만드는 제작진은 또 다른 킬링 콘텐츠를 준비하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당시 베스트셀러 같은 방송의 킬링 콘텐츠는 어느덧 사람들에게 잊혀져 갑니다.

방송의 순리 중에 하나인 셈입니다.


반면, 스테디 콘텐츠도 있습니다.

물론 구색 맞추기에 급급해서 아무런 주목도 못 받고,

필요도 없는 프로그램이나 코너는 안 되겠죠.

일단 존재가 없어서는 안 되고,

어느 정도 특정 시기에는 꼭 필요하기도 하고,

때론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청자 니즈가 있습니다.

스테디 콘텐츠들은 신뢰와 가치로 인정받는 것들이 많은 것 같고요.


책과 비교해서 보면 방송은

베스트 콘텐츠가 스테디 콘텐츠가 되는 것이 쉬운 환경은 아닙니다.

방송시장은 빠르게 보이는 성과로 평가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트렌드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면도 분명 없지 않아 있습니다.

방송 시장에선 마냥 지켜보기엔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도 현실이니까요...

책도 그렇고, 방송도 그렇고,

베스트이면서 스테디인 적절한 교집합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최고의 결과물들이긴 합니다만,

엄청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그러니 대다수가 이런 명성을 얻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방송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출판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지난해 발행된 신간도서는 대략 65000권 정도 됩니다.

그중에 베스트셀러라고 불리는 것들은

65000권 중에 1년으로 따져봤자 몇십 권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대단한 작가들인 거죠.

스테디셀러 역시 장기간에 걸쳐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잘 팔리는 책들이니 그 또한 적은 포션일 겁니다.

스테디셀러 작가 역시 대단한 분들이죠.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해보겠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냐? 스테디셀러 작가냐? 뭐 둘 다 행복한 상상이긴 합니다만,

누군가가 저에게 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니?

아니면 스테디셀러 작가가 되고 싶니? 묻는다면

전 주저 없이 스테디셀러 작가를 택할 것 같습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세대를 넘나들며 꾸준히 사랑받는 쪽에

제 마음은 기우는 것 같습니다.

제 창작물이 몇십 년 아니 몇백 년에 걸쳐

계속 누군가들에게 니즈가 된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기쁠 것 같고,

게다가 의미 있는 일일 것 같기도 하고요.

생각만 해도 엄청나게 흐뭇한 상상이긴 합니다.


게다가 이상하게 스테디셀러엔 왠지 모를 겸손함이 느껴지거든요.

교만은 내재된 많은 지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겸손은 적은 지식으로 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스테디셀러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요한 호수의 물속에서는

무엇이든 가장 높은 물체가

가장 낮게 투영됩니다.

가장 높은 나무일수록 더 낮게 비치거든요.

그러나, 스테디셀러라는 가장 높은 나무가

우리들 호수 같은 마음속에선 깊게 투영될지도 모릅니다.

스테디셀러에게도 고난과 고비의 순간이 몇 번씩 올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테디, 그 은근한 꿋꿋함이 참 매력적입니다.

나, 그걸 지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일 수도 있겠죠?



< 오늘의 속삭임>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작품 하나를 감상하거나 들을 때마다

혹은 하나의 퍼포먼스를 즐길 때마다

사람은 자신을 보다 많은 소세계의 존재자로 만들 수 있고,

또한 이들 소세계를 전부 결합한 존재로서

자신의 소우주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다치바나 다카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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