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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Oct 24. 2022

ep55. 우리는 서로 성장 중

2022년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세계 198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없었다.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출산율이 꼴찌인 나라다.

게다가 올해만 이런 것도 아니고, 3년 연속이란다.     


사실 지난달 본 기사 중에

영어 단어가 들어있는 기사였는데,

못 보던  단어가 눈길을 끈 기사가 있었다.

한국의 출산율에 대해 쓴 블룸버그 기사 내용을 인용 보도한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hagwons’라는 익숙지 않은 영단어가 보였다.

블룸버그 정도면  학원에 대한 용어로 ‘private educational institute’라고

쓸 법도 하건만, 왜 이들은 ‘hagwons’라는 용어를 썼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 기사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이유들을 여러 열거해놨는데,

첫 번째 이유로 ‘과도한 학원비’를 꼽아놨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학원은 다른 나라들의 학원과는 다르게

고유한 그들만의 비싼 학원이라 생각했나 보다.

그러니, 학원을 우리말 발음을 살려

고유명사처럼 ‘hagwons’라고 표기했나 보다.

매체는 “한국은 어떤 선진국보다 부모가 자녀의 미래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지출의 대부분은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들어간다” 보도하고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상 현실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상,

사교육을 절대 안 시킨다는 부모의 교육철학이 확고하지 않은 이상

아마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 기사를 대놓고 비판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의 상황에선, 나 또한 어불성설은 아니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그런데, 문득

시간 여행자가 되어 내가 결혼한 때인 서른 살로 돌아가 본다.

모두의 가치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시만 해도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당연히 둘까지는 아니어도

한 명은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공식이 엄마. 아빠, 아들 내지 딸로

성립된다 생각했다.

물론, 지인들 중엔 딩크족도 꽤 있긴 하다.

그들의 가치관도 틀렸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또한 생각보다 자녀를 간절히 원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불임족도 꽤 있다.


각자의 가치관과 상황이 어떻든

그래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엔,

적어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교육과

학원비를 걱정하며 아이를 낳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던 듯하다.

나와 내 친구들 혹은 지인들 또한 그랬다.

지인들이 딩크족을 택하는 경우도,

아이의 학원비를 걱정하며 했던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삶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내가 여기서 출산장려를 감히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내 인생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지금의 나를 가장 성장시킨 것이 무얼까?

질문을 던질 때 바로 나오는 대답은

내 아이를 낳은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육아의 달인도 교육의 달인도

더욱이 살림의 달인도 아니다.

심지어 난 결혼하기 전엔

아이들과 노는 것을 즐기는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으니,

남의 아이들도 내 아이만큼 존중받고,

소중한 존재들이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고,

아이들을 위해 그래도 우리 어른들이

그게 무엇이든 좀 더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철든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니, 나 스스로 가장 나를 성장시킨 건

다른 직함보다 정말 엄마로서의 나일 때 같다.      


현재 중학교 1학년

키는 180센티미터를 넘어가는  

훌쩍 커버린 아들.

그러나,

태어나길, 출산 예정일보다 2달이나 일찍 태어나

적은 몸무게로 버라이어티 한 출산 에피소드를

나에게 안겨줬고,

어렸을 땐, 영화관 같은 깜깜한 곳에 가는 걸 무서워해,

어린이 집나 유치원에서 영화관 갈 때마다

애를 먹이기도 했고,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땐

이륙하자마자 울어대 착륙할 때까지

승무원 칸에서 너를 안고 달랬던

엄청 힘든 추억보다 기억.

엄만 MBTI가 E로 시작하는데

우리 아들은 I라 매번 대화하는데

유도문을 자주 하게 만드는 녀석.      


아이가 매년 성장할 때마다

새롭게 닥쳐오는 숙제들이 있다.

이 숙제는 심지어 공통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숙제를 해결할 때마다

우리는 어느덧 몸과 마음이

단단해짐을 느낀다.

한 인격체를 바르고 올곧게 키우는 것이

한 인간을 얼마나 성장시키는 것인지,

매번 숙제를 해결하면서 알아간다.     

우리의 매일의 성장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을

밝혀내는 기분이 든다.


난 아직도 한 인격체를 키우고 있고,

그 과정을 아직도 알아가는 중이지만,

인생에서 이 선택을

가장 잘한 선택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건

여전히 나를 성장하게 하는 힘이다.          



< 오늘의 속삭임>

좋은 글도 여기에 빗대어본다

잘 지은 한옥이 변화무쌍한 날씨, 다채로운 풍광을

넉넉히 받아내고, 삶을 키워내듯,

내가 아는 좋은 글도 담아내고 살려 낸다.

달아나는 생각, 숨어 있는 감정,

내 것이 아닌 줄 알았던 욕망 같은 것까지.

365일 다른 그림자 길이와 바람결을 빚는 한옥처럼

좋은 글은 열길 물속보다

복잡한 인간 내면 풍경의 섬세한 결을

가르고 분할해 보여준다.



                               쓰기의 말들    -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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