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독서 결산: Top 1 ~ 13

2025 결산 프로젝트 #4

by 조종인


*결산 규칙

- 본 결산은 2025년 발간된 책이 아니라, 필자가 2025년(25. 01. 01 ~ 25. 12. 31)에 읽은 모든 책을 대상으로 한다.

- 이전에 한 차례 읽었으나 2025년에 다시 읽은 작품 역시 수상 후보에 포함된다. (책 제목 뒤에 '재독'을 표기) 다만, 과거 결산에서 이미 순위에 오른 영화는 이번 수상 후보에서 제외한다.

- 본 게시글에서는 추가적인 순위 매김을 하지 않으며, 선정된 작품들은 제목의 가나다순으로 나열한다.

- 책 이미지는 모두 교보문고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 2025년 동안 읽었던 85권의 책들 중 1위 ~ 13위에 해당하는 책들을 다룹니다.


꼬마비, <S라인>

좋아하는 구절

문학이나 만화 등 스토리텔링 창작 분야에 있어서 S라인은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되는 듯하다. 재정립된 규범과 사회현상이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의 에너지원으로 작용된 것이다. 하지만 '자극'이 더 이상 '자극'스럽지 않은 세상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창작 활동에 비례되는 지혜로운 이야기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창작자들의 새로운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고 있다.
'축소된 표현 방법으로 인해 확대되는 사실의 왜곡'. S라인의 등장 후 변질된 TV방송 매체를 이 이상 적절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물론, 변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미 변질된 매체에 적용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는 차후에 두고서라도.


단평 :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세계의 밑바닥과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조명한다.

리뷰 : X


엄기호,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좋아하는 구절

이처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영역에서 존재감을 가지기 힘들어졌기에 그 고통을 호소하는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터져 나오고 반향 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영역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나약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로 여겨지면서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주목을 끌게 되었다.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고통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사회적으로 주목한다는 것은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장삿거리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 한쪽에서는 여전히 온갖 고난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가 장사가 된다면, 다른 한쪽에는 더 이상해도 안 된다는 절망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장삿거리가 되었다.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문화 상품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말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상황을 못 견디고 제일 먼저 사라졌다.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세상과 불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받을 화가 두려워 해상도가 낮은말과 글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무엇보다 괴로운 이들이었다. 특히 해상도가 높은 글은 그 복잡함으로 인해 이분법의 세계에서 필연적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논란은 논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대한 모독,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돌아왔다. 조리돌림, 인육 사냥이다. 따라서 논란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자기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사람들 앞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단평 : 앞으로 수십, 수백 개의 서평과 리뷰에 인용할 수 있을 글들을 한 권의 책에서 얻었다.

리뷰 : X


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좋아하는 구절

"형태가 있는 건 하나같이 언젠가는 사라져 버리지. 하지만 어떤 종류의 생각이라는 건 언제까지고 남는 법이지."
"시간을 메우고 있는 거야. 그동안 20년도 넘게 널 만나지 못했잖아. 그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우고 싶어." 그녀는 좀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치 내 얼굴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이상하네. 넌 그 세월의 공백을 메우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야. 난 그 세월을 조금이라도 공백으로 놔두고 싶은데 말이야.” 그녀는 말했다.


단평 : 허무라는 감정에는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다고 말하는듯한 하루키.

리뷰 : X


양귀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좋아하는 구절

비극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비극이다.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맞춰, 비극을 상연하는 무대의 커튼은 스르르 위로 말려 올라간다. 죽음만이 그 커튼을 다시 내릴 수 있는 지겨운 공연. 앙코르도 받을 수 없는 단 한 번의 공연. 할 수 있는 일은 이 비극이 황홀해지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듯이 황홀함에 대한 척도도 물론 다르다. 모두 자기 방식대로 내용을 완성하고 자기주장대로 형식을 이끌어간다. 평가는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신이 내린다 해도 절정을 느끼는 것은 삶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다. 황홀함은, 다른 모든 것은 다 절대자가 관장한다 하더라도, 그 감정만은 우리가 소유한다. 인간이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래서 모든 비극은 황홀감을 지향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나는 그런 미지의 언어를 원한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 세상에 새로움이란 없다'는 식의 단언이다. 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음을 뒤집은 자리에 있다. 장애물이 나와도 나는 그것을 뒤집어 버린다.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단평 : 여성의 시각에서 뒤틀어 쓴 <죄와 벌>.

리뷰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좋아하는 구절

하찮은 일이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나날의 하찮은 사건에서 기쁨을 찾아내며 하찮은 인생을 보내고, 그러곤 죽어 갔을 것이다. 수영을 배우기도 하고, 미라를 만들기도 하면서. 그런 것들의 집적을 사람들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말 좋은 건 아주 적거든. 무엇이든 그래. 책이나, 영화나, 콘서트나, 정말로 좋은 건 적어. 록 뮤직이란 것도 그렇지. 좋은 건 라디오를 한 시간 동안 들어도 한 곡 정도밖에 안 나 와. 나머진 대량생산의 찌꺼기 같은 거야. 하지만 예전엔 그런 걸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무엇을 듣건 제법 재미있었어. 젊었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게다가 사랑을 하고 있었어. 시시한 것에도,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떨림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 내가 하는 말 알겠어?"


단평 : 무의식적으로 밟던 댄스 스탭에서, 진정으로 생을 갈망하는 자만이 밟을 수 있는 환희의 스탭으로.

리뷰


로버트 맥키,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좋아하는 구절

시나리오를 쓰는 건 정신적인 것을 물질화시키는 예술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내적 갈등의 시각적 상관물을 창조한다. 대사나 내레이션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선택과 행동의 이미지를 통해서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면 반드시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주인공의 삶의 균형을 깨뜨린다. 이로 인해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깨진 삶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의식적 · 무의식적 욕망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적대적인 힘들(내적 · 개인적 · 초개인적)에 맞서 가면서 자신의 욕망의 대상을 추구해 나가게 된다. 주인공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간단히 일컬어 '이야기'라 한다.


단평 : X

리뷰 : X


양귀자, <모순>

좋아하는 구절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 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지난 늦여름 내가 만난 주리가 바로 이 진리의 표본이었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단평 : 인생을 단 한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면 '모순'일 것이고, '모순'을 단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내야 한다면 이 작품일 것이다.

리뷰


알베르 까뮈, <반항하는 인간>

좋아하는 구절

부조리의 추론의 최종적 결론은 사실 자살의 거부인 동시에 인간이 던지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세계의 침묵 사이의 절망에 찬 대결 상태의 유지다.
인간이 신을 도덕적으로 심판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서 신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 도덕의 근거는 무엇인가? 정의의 이름으로 신을 부정하지만 신의 관념 없이 정의의 관념이 이해될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우리는 부조리 속으로 빠지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니체가 정면으로 접근하는 부조리다. 그는 이 부조리를 보다 잘 극복하기 위하여 그것을 궁극까지 밀고 나간다. 즉 도덕이란 파괴해야 할 신의 마지막 얼굴인즉 이것을 파괴한 다음에 재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더 이상 우리의 존재를 보증해 주지 못한다. 인간은, 존재하기 위하여 스스로 행동하기로 마음먹어야 한다.


단평 : 나약한 본성 때문에 계속해서 의지할 대상을 찾아야만 하는 인간이란 존재의 일대기. 마지막에는 인간의 연대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지만 그에 대한 서술이 너무 적은 부분이 아쉽다.

리뷰 : X


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

좋아하는 구절

예술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부조리한 현상이며, 중요한 것은 오직 그 현상을 묘사하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정신의 병에 탈출구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 작품은 한 인간의 사유 전체로 반사되는 이 병의 징후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예술 작품은 정신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스스로에게서 벗어나게 하여 타자들과 대면시킨다. 정신이 여기서 길을 잃고 헤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출구 없는 길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부조리한 추론의 단계에서 창조는 무관심과 발견의 뒤를 따라온다. 창조는 열정이 솟아오르는 그 지점, 추론이 멈추는 지점을 나타낸다. 이 에세이에서 창조의 지위는 이렇게 정당성을 얻는다.
예술은 부정적 사고에 의해서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검은색을 이해하는데 흰색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사고의 모호하고 겸허한 과정은 위대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아무 목적 없이' 일하거나 창조하는 것, 진흙으로 조각하는 것, 자신의 창조에 미래가 없음을 아는 것, 자기 작품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그것이 오랜 세월에 걸쳐 건축하는 것과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의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부조리한 사유를 통해 얻어지는 쉽지 않은 지혜이다.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 다시 말해 한편으로는 부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열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조리한 창조자 앞에 펼쳐진 길이다. 그는 허무에 자기 색깔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단평 : X

리뷰


이솔, <이미지란 무엇인가>

좋아하는 구절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물질적인 형태로 응결시킴으로써 붙들어 두려는 욕망을 가지며, 그러한 욕망은 대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 사진, 영상과 같은 이미지의 형태로 가시화된다.


단평 : 플라톤에서 데카르트로, 데카르트에서 흄으로, 흄에서 사르트르로, 사르트르에서 들뢰즈로. 철학자들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읽는 것이 흥미롭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던 들뢰즈의 주장도 비중 있게 나오니, 시네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리뷰 : X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좋아하는 구절

인간의 행복을 이루는 것이 어째서 하필이면 불행의 원천도 되어야 한단 말인가?
아침마다 울적한 꿈에서 어렴풋이 깨어날 때면 그녀를 찾아 헛되이 두 팔을 뻗치네. 그녀와 나란히 초원에 앉아서 두 손을 마주 잡고 그녀에게 수없이 입 맞추는 천진하고 행복한 꿈에 속고 나면, 밤마다 침대에서 속절없이 그녀를 찾아 더듬네. 아 아, 잠에 반쯤 취해서 그녀를 찾아 더듬거리다가 정신이 들면, 내 짓눌린 마음에서 폭포수처럼 눈물이 치솟는다네. 나는 암담 한 미래에 절망하여 운다네.


단평 : 훗날 내가 사랑과 인생에 대해 글을 쓴다면,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다시 펼쳐봐야 할 책.

리뷰


가쿠다 미쓰요, <종이달>

좋아하는 구절

"꿈같아요.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 맞은편에 앉은 고타가 말했다. 어째서 사람은 현실보다 좋은 것을 꿈이라고 단정 지을까. 어째서 이쪽이 현실이고, 내일 돌아갈 곳이 현실보다 비참한 꿈이라고 는 생각하지 않을까. 리카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안 고"마지막이란 건 없어." 고타에게 웃어 보이며 잔에 남은 샴페인을 마저 마셨다.


단평 : 돈으로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그 문제가 인간관계나 사람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결핍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리뷰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좋아하는 구절

이 모든 일들이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빼앗은 돈의 도움을 받아 훗날 전 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결심으로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작은 범죄 하나가 수천 가 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 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내가 하느님의 섭리를 어떻게 알겠어요……. 당신은 왜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일이 내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지요? 누구는 살아야 하고, 누구는 죽어야 한다고 심판할 권리를 누가 내게 주었나요?


단평 : 도스토옙스키는 선구자임에 틀림없다.

리뷰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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