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을 강요하는 사회의 폭력에 대항하는 자기파괴
작년 말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에서 붐을 일으킨 작품, <채식주의자>는 2007년 한강 작가가 출간한 연작소설로, 한강 작가에게 맨부커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필자는 이 책을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해석해보았다. 책 내에서 '폭력'은 물리적으로 누군가를 때리는 형태로 등장하기보다, 자신의 가치관/욕구를 강요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영혜의 아버지, 육식은 모든 사람의 본능이라는 주변 사람들, 영혜의 '몽고반점'에서 기이한 성욕을 느낀 뒤 그녀에게 사로잡힌 형부가 그 예시이다.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영혜는 '채식주의'라는 이름의 자기파괴를 택한다. 그동안 사회에 반항하지 않았던 그녀는 억지로 육식을 강요하는 가족들의 만류에 손목을 그어버린다거나, 병원의 치료조차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종적으로 영혜는 아무도 해치지 않기 위해 식물이 되기를 바라며, 이런 영혜의 모습에 언니 인혜와 그녀의 남편은 기이한 매력과 끌림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에 대항한 자기파괴가 또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나타나기도한다. 아무도 해치지 못했던 그녀의 둥근 가슴이 이제는 누군가를 찌를 듯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묘사는, 영혜의 자기파괴가 또 다른 폭력으로 재생산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실제로 영혜의 남편, 그리고 부모님은 영혜를 돌보는 과정에서 적잖은 피해를 입었고, 영혜가 이전에 폭력을 당하는 행위를 방조했던 인혜는 남편과 영혜가 외도를 하는 모습을 보게되는 최악의 벌을 받는다.
이 소설의 1장은 비교적 일반인 남성에 가까운 그녀의 남편의 시점으로, 2장은 그에게 기이한 매력과 성욕을 같이 느끼는 형부의 시점으로, 3장은 그녀에게 죄책감과 동질감을 같이 느끼는 (하지만 본인의 처지때문에 차마 동조할 수는 없는) 언니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이처럼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다각도로 비추어보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소년이 온다>사면서 아무생각없이 같이 사서 읽은책인데, 보면서 몰입감도 굉장할 뿐더러 생각할거리를 너무 많이 던져줘서 좋았다. 독자에게 어떤 생각이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스토리 라인도 마음에 든다.
+ 영화로 만든다면 1, 3장은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2장은 라스폰 트리에나 홍상수가 잘 만들것 같은데, 이미 영화화가 되었구나...리메이크 안되나?
개인 평점 : 8/10